​깐깐한 외국기업 IPO 심사에 증권사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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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7-11-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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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마다 해외 기업공개(IPO) 부서가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거래소가 갑자기 외국계 기업 상장심사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바람에 그렇다는 지적이 많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은 올해 들어 컬러레이(홍콩)와 티슈진(미국) 두 곳뿐이다. 이 가운데 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을 모회사로 두고 있어 사실상 한 곳이나 다름없다.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냈던 중국 육가공업체 윙입푸드는 이달 초 철회했다. 역시 중국 국적인 그린소스인터내셔널도 올해 상장을 추진하다가 접었다. 현재 일본 JTC면세점만 외국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심사를 받고 있다.

1년 전에 비하면 분위기가 뒤집혔다. 2016년에는 크리스탈신소재(케이맨제도)와 로스웰(홍콩), 헝셩그룹(홍콩), 잉글우드랩(미국), 골든센츄리(케이맨 제도), GRT(홍콩), 오가닉코스메틱(홍콩) 7곳이 줄줄이 코스닥에 입성했다.

해외기업 IPO가 줄어든 원인으로는 거래소를 꼽는다. 거래소는 중국계 기업 상장을 주관하는 국내 증권사에게 전에 없던 증치세(부가가치세) 검증을 추가로 요청했다. 회계 투명성을 철저하게 따져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연초 자국 기업에 대한 증치세 영수증 조회를 허용했다"며 "이런 사실을 확인했고 상장심사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잣대는 그때그때 달라져왔다. 상장을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거래소 이사장이 바뀔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했다.

최경수 전 이사장(2013년 10월~2016년 9월)은 해외기업 IPO 확대에 적극적이었다. 당시 거래소는 90%를 웃도는 상장예비심사 승인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거래소가 쓴 상장유치비는 해마다 늘었다. 2014년이 4억3000만원, 2015년 5억2600만원, 이듬해는 6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해외시장개척비도 2015년 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증가했다. 외국계 기업 상장이 2015년까지 2년 연속 한 곳도 없었다가 이듬해 크게 증가한 이유로 꼽힌다.

얼마 전까지 거래소 수장을 맡았던 정찬우 전 이사장(2016년 10월~2017년 9월)은 양보다는 질에 집중했다. 취임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유치부 위상을 상장유치실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외국계 기업 상장심사가 깐깐해진 것도 이 무렵이다.

증권사가 얻는 IPO 수수료는 국내보다 외국계 기업이 짭짤하다. 관련부서에 인력과 돈을 투입해온 이유다.

DB금융투자(옛 동부증권)는 올해 5월 투자은행(IB) 사업부 안에 해외 IPO팀을 새로 만들었다. 신한금융투자에서 인력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IB 인력은 대개 개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큰돈을 들였지만 높아진 IPO 문턱 탓에 아직 성과는 없다.

다른 증권사도 손을 들었다. 신영증권(윈챈스솔라홀딩스)이나 IBK투자증권(굿아이인터내셔널), KTB투자증권(쿤위그룹)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깐깐해진 상장심사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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