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숙청 가속..고위인사 수십명 부패 혐의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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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7-11-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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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P/연합]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현직 장관을 비롯한 수십명의 고위 인사가 지난 4일(현지시간) 부패 혐의로 체포되는 유례 없는 대규모 숙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왕위 계승 서열 1위에 올라선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32)로 권력을 집중시키는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BBC 등 주요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에 부패 혐의로 체포된 인사에는 세계 최고 부호 중 하나인 알 왈리드 빈탈랄 왕자를 포함해 11명의 왕자와 국가방위부 장관, 경제부 장관 등 전·현직 장관 20여명이 포함됐다.

특히 서방 언론들은 빈탈랄 왕자의 체포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는 국내 정치에서 역할은 작았지만 21세기폭스, 애플, 트위터,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기업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에서 사우디의 부자 혹은 투자와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CNBC는 빈탈랄 왕자의 체포는 "빈살만 왕자로의 권력이행 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라면서 "사우디의 부(富)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빈탈랄에서 빈살만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탈랄 외에도 왕세자 자리를 두고 빈살만과 경쟁했던 미텝 빈 압둘라 국가방위부 장관과 아델 파키에 경제부 장관이 각각 부패혐의로 체포됐다. 

이번 체포는 빈살만 왕자의 주도로 반부패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진행된 것이다. 위원회는 공금 유용 등 부패 혐의를 받는 이들을 상대로 영장 발부, 출국 금지,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지난 9월에도 사우디 정부는 빈살만의 사회 자유화를 반대한 정부 비판세력 10여명을 체포하는가 하면 대(對)카타르 강경입장에 대한 비난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빈살만 왕세자에게 권력을 한층 집중시켰다. 이번 반부패 캠페인도 이와 같은 맥락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사우디가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패 캠페인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아람코 IPO는 빈살만 왕세자의 경제개혁 프로젝트인 '비전2030'의 일환인데, 경제 개혁 과정에서 고위직에 철퇴를 내림으로써 정부가 부패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인시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워싱턴DC 소재 국제학 싱크탱크인 대서양협의회(AC) 소속 무하마드 알야야 애널리스트는 WSJ에 “결국 부패는 정부의 비용으로 돌아오고 사우디는 경제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비전2030은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성취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람코를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해달라고 깜짝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우디가 아람코를 뉴욕거래소에 상장하면 무척 감사할 것이다. 미국에게 중요한 일이다"라고 적었다.

뉴욕뿐 아니라 런던, 싱가포르, 홍콩, 도쿄 등이 아람코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거래소 상장을 압박함으로써 미국과 관계 확대를 추진 중인 사우디로서는 뉴욕을 더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2조 달러(약 2260조원)로 추산되며 계획대로 5%만 상장해도 약 1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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