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 ‘황혼 육아’ 급증세…인구유출로 노인들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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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7-08-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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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중국)=최미란 통신원

옌볜(延邊)의 인구유출이 30만명을 웃돌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난 땅에 남은 건 어린 자녀들과 그 육아를 책임진 조부모들이다.

옌볜주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옌볜 호적상 인구는 212만명, 그 중 조선족이 75만9000명이다.

유출 인구의 다수가 조선족으로 봤을 때, 거의 1가구당 1명꼴로 외지에 있는 셈이다. 외지로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등 대도시가 많고, 해외로는 한국이 독보적으로 1위다.

인구유출과 인구 고령화에 현황에 대비해 옌볜 정부가 귀향창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단시일 내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옌볜 조부모들의 ‘황혼 육아’는 한국이나 타 지역과는 다르다. 물론 자녀들 집에서 함께 생활하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살면서 자식들 출근 시간에만 육아를 책임지는 부모님들도 있다.

그러나 다수는 자식들이 외지에 있으면서 노부부 두 분이거나 혹은 조모 혼자 고향에 남아 육아를 오롯이 전담한다. 그 원인은 아래 몇 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중국은 맞벌이가 필수다. 한국 체류 중인 조선족들은 부부동반 형태가 많다. 부부가 손을 잡고 빠른 시간 내에 돈을 모아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어린 자식은 당연히 고향에 있는 부모의 몫이다.

중국 내 타 지역에 취직한 조선족 젊은이들에게 육아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중국의 출산휴가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58일 정도다.

5개월 정도의 출산휴가가 끝나면 의지할 데 없는 타향에서 아직 이유식 단계에 있는 어린 자식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 믿을 구석이라고는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들뿐이다.

이 때문에 부모님들이 자식들 있는 지역으로 원정 육아를 오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가 돌이 지나면 손주를 데리고 고향에 돌아간다.

보육시설과 육아도우미가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의 보육시설도 공립, 사립으로 나뉜다. 공립은 비용이 저렴하고 환경이 좋은 반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공립 유치원에 입학하려면 최소 2년 전부터 예약하고 대기해야 한다. 그리고 거주증, 주택증명, 호적등본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따른다. 심지어 부모님 직장, 소득상황도 조건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사립은 비용이 비싸고 안전 측면에서 안심할 수 없다. 중국에는 어린이집이라는 시설이 거의 없다. 유치원은 보통 세살부터 입학이 가능하다. 어린이집 개념의 탁아소는 상당수 무허가의 개인 시설로 아무런 보장이 없다.

탁아소 시설과 육아 도우미들의 아동학대 폭로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그들에 대한 불신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육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황혼 육아가 늘어나는 원인이다. 입학이 어려운 공립 유치원의 비용은 매달 700(약 11만원)~1500위안(약 25만원)이나 된다.

맞벌이로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지만 월급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대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수입과 지출이 균형이 깨진지 오래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은 주택이다.

외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월급이 일반적으로 평균 5000~1만 위안이다. 2인 가구 소득을 월 1만~2만 위안으로 계산하면 30% 이상이 월세나 집 대출로 나간다. 거기에 교통비, 생활비, 보험료, 부조금 등을 빼면 달마다 손에 남는 돈이 없다.

황혼 육아에 따르는 문제점도 많다. 교육관의 차이에서 오는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

직장인의 일당 근로시간은 8시간인데 반해 황혼 육아를 전담한 노인들의 근로시간은 10시간 이상이다. 척추 통증, 우울증과 같은 이른바 ‘손주병’은 덤이다.

중국의 황혼 육아 비례가 50%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중국 옌볜 지역의 황혼 육아는 그 수치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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