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기념우표 발행 철회 논란으로 본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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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7-07-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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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기념 우표 최다 발행 1위 전두환 46회, 2위 박정희 17회

제6대 대통령 취임 기념으로 1967년 7월 1일 발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 우표 [사진제공=우정사업본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계획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전면 철회된 가운데 전직 대통령들과 관련된 우표 발행에 대한 관심이 크다.

20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기념우표는 과거 '동남아 친선 방문'을 기념해 1966년 5월 10일을 시작으로 총 17차례 발행됐다.

지난해 구미시에서 추진했던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18번째 발행 계획은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지난 12일 최종 무산됐다.

이날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우표발행심의위원회 회의에서 기념우표 발행 계획에 대한 재심의가 이뤄졌고 철회 8표, 발행 3표, 기권 1표로 우표 발행 계획 철회가 최종 결정됐다.

앞서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6월 우표발행심의위원 9명 만장일치로 우표 발행을 결정해 오는 9월 15일 60만장을 찍을 예정이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 세칙을 살펴보면 재심의 규정은 없다"면서 "여지껏 재심의한 사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우표 발행을 하기로 결정했었는데 논란이 계속되자 운영사업본부에서 심의위원회에 재심의할 수 없는지를 문의했다"면서 "관련 안건이 상정돼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고 최종적으로 지난 12일 발행을 철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정에는 정권이 교체되고 민주노총, YMCA 등 대다수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따른 논란 확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시민단체들은 '정치적·종교적·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소재의 경우 기념우표를 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기념우표 발행에 반대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박정희 100년 사업'은 수많은 반발에 부딪히고 전 국민적 조롱의 대상이 됐다"면서 "독재자를 미화·우상화하는 사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가 그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수십 차례나 발행된 데에는 시기적인 이유가 존재했다.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는 지금까지 총 17차례 발행됐다. 이중 1980년 2월 22일 마지막으로 발행된 '박 전 대통령 추모 특별우표'를 제외하면 모두 재임 기간에 발행됐다.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중 1960년대에 발행된 우표는 △박정희 대통령 동남아 친선 방문 기념(1966년 5월 10일) △존슨 미국 대통령 내방 기념(1966년 10월 31일) △뤼브케 독일 대통령 내방 기념(1967년 3월 2일) △제6대 대통령 취임 기념(1967년 7월 1일) △하이레 세라세 1세 이디오피아 황제 방한기념(1968년 5월 18일) △말레이지아 국왕폐하 방한 기념(1969년 4월 29일) △구엔반 티유 월남공화국 대통령 방한 기념(1969년 5월 27일) 등이다.

1970년대 발행 우표는 △엘살바돌 공화국 대통령 방한 기념(1970년 9월 28일) △제7대 대통령 취임 기념(1971년 7월 1일) △제8대 대통령 취임 기념(1972년 12월 27일) △포드 미국 대통령 방한 기념(1974년 11월 22일) △가봉공화국 엘하지오마르 봉고 대통령 방한 기념(1975년 7월 5일) △새마을운동 특별(1976년 4월 22일) △제9대 대통령 취임 기념(1978년 12월 27일) △세네갈 공화국 레오뿔세다 르 셍고르대통령 방한 기념(1979년 4월 22일) △카터 미국대통령 방한 기념(1979년 6월 29일) 등이다.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10월 26일(10·26 사태)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저격으로 서거한 이후 현재까지 발행된 우표는 △박정희 대통령 추모 특별(1980년 2월 2일) 기념 우표 단 하나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사후 인물의 해당 업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 우표가 발행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다른 정권과 비교해서 차고 넘칠 정도로 기념 우표를 많이 찍었다는 사실에 비춰 당시 발행된 기념 우표는 권력의 눈치를 봐야 했던 독재 정권의 시대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 기념 우표 최다 발행 1위부터 2위까지는 모두 독재자로 불리는 인물들이 차지했다.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기념 우표를 최다 발행한 사람이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46회)에 이어 2위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대통령 취임과 외국 대통령 방한 기념, 새마을운동 특별 우표, 취임기념 등을 포함해 17회였다.

전 전 대통령의 기념우표 발행 횟수가 많은 이유는 외국 방문 기념 우표와 외국 대통령 방한 기념 우표가 각각 22회로 총 44회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최규하,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부분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 1회에 그쳤고, 유일하게 김대중 대통령만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 우표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인물 기념우표의 경우 사후에 발행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박 전 대통령 기념 우표는 1980년에 발행된 추모 특별우표를 제외하고 생전에 발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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