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논스톱' 유통정책, 이분법식 접근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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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 부장
입력 2017-07-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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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장]

김진욱 생활경제부장 = 유통업계가 다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가뜩이나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국가 전반을 뒤흔든 일로 몸을 바짝 웅크렸다. 전 국민적 아픔을 안겼던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로 그랬고, 지난해 말과 올 초엔 최순실 국정농단 이슈로 몸을 더 숙였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유통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자연스레 유통업계의 분위기 반전이 기대됐다. 서민경제를 표방한 새 정부인 터라, 경직된 소비심리가 누그러지면 기업과 기업, 기업과 소비자 간 경제활동이 한층 촉진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여니 이상하리만큼 정부의 규제 칼날이 유독 유통업계를 겨누는 듯하다. 시쳇말로 요즘 유통업계는 채널마다 성한(?) 곳이 별로 없다.  

유통대기업들의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19일 정부는 ‘문재인 정부 국정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월 2회 의무 휴업’의 잣대를 복합쇼핑몰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경우 신세계의 스타필드, 롯데의 롯데몰, 현대백화점의 현대시티몰 등이 규제대상이 된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나 복합쇼핑몰이 지역상인과 상생하거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좋은 면을 완전히 배제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소상공인 못지않게 기업 측의 의견수렴이 정책수립 과정에서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더군다나 대형마트 등의 ‘월 2회 의무휴업’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조사결과도 아직 없다. 오히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월 2회 의무휴업 영업 규제로 대형마트 매출이 21% 줄었지만, 같은 기간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매출도 12.9%로 같이 줄었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을 찾지 않으면 '의무휴업'이 실효성이 없다는 방증이다.  

최근 ‘갑질’의 대표 업종으로 전락한 프랜차이즈업계 역시 정부의 매서운 칼날로 시장분위기가 흉흉하다. 

18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가맹본부나 임원의 부적절한 행실, 일명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해 가맹점에 배상해주는 책임을 계약서에 쓰도록 했다. 또 보복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본사의 ‘즉시해지사유’를 계약서에서 삭제하고 가맹점에 공급하는 본사의 물류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가맹본부의 폐단을 바로잡는 좋은 정책임은 분명하다.

다만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정책을 고수하다 보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나쁜 기업’, 가맹점은 ‘선의의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만들 우려가 크다. 오죽했으면 공정위의 프랜차이즈 강경대책이 나온 지 하루 만인 19일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박기영 회장을 주축으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가맹점에 대한 갑질은 반성하지만 3~5개월의 자정기간을 달라”며 읍소했을까.

지난주 결정된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을 놓고 편의점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소상공인들은 정부 발표 직후 “내년도 최저임금을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9036원”이라며 자영업자 부담감이 너무 크다고 반발했다. 일부에선 편의점 주인보다 알바생의 월급이 더 많다는 ‘웃픈’ 기사들까지 쏟아졌다. 

유통업 자체가 생활경제와 밀접하다 보니 정부의 기업규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기업은 ‘갑’이고 소비자는 ‘을’, 본사는 ‘갑’이고 가맹점은 ‘을’이라는 흑백논리식 정책접근법은 위험요소를 다분히 갖고 있다.

같은 선상에서 대기업을 지나치게 규제하다 보면 그 기업과 연결된 중소기업을 옥죄는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알바생의 권리를 지나치게 관철하다 보면 폐업을 결심하는 자영업자들의 눈물이 많아질 수 있다. 정부의 유통정책, 그래서 지금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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