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지막배 떠난 군산조선소, 첫 주말 근로자·지역민 모두 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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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7-07-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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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8일 가동을 중단한 군산조선소를 찾았지만 동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문은 철제 장벽으로 막혀있었다. [사진=송종호 기자]

(군산)송종호 기자 = 낙뢰까지 겹친 폭우가 내린 지난 8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는 적막감만 흘렀다.

군산 시내에서 약 26㎞를 달려 도착한 군산조선소는 동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문이 철제장벽으로 폐쇄돼 있었다.

출입문 기둥 왼쪽에 내걸린 환경부 장관 명의의 ‘자전거 타기 잘하는 그린 휠 모범기관’ 인증패만이 과거 분주했던 군산조선소를 추억할 뿐이었다.

지난 2008년 착공 이후 군산 경제를 상징하던 군산조선소는 이달 4일 11만4000t급 유조선을 떠나보낸 뒤 인기척조차 느끼기 어려울 정도라고 주변 상인들은 전했다.

◆불야성 이뤘던 오식도, 가장 타격 심해

택시기사 변모씨는 군산조선소로 가는 동안 과거 대절 택시로 가득했던 조선소 인근 도로를 회상했다.

그는 “수년 전만 해도 군산조선소와 오식도를 오가는 택시 대절이 많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조선소 직원들로 불야성을 이루던 오식도는 지금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군산 토박이들이 오식도로 부르는 오식도동은 식당, 원룸 등이 밀집해 있어 군산조선소 임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업지역이었다.

이 곳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A씨는 앞으로의 생계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이른 오후였지만 이미 막걸리 한통을 비운 그는 “앞으로의 생계 걱정에 술을 안 마실 수가 없다”며 “조선소 직원들이 떠나면서 자연스레 수입이 줄어 앞으로 살아갈 길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눈물로 재가동을 염원한다" 군산시내 곳곳 현수막

“일자리를 잃은 군산조선소 기술자들은 눈물로 재가동을 염원합니다.(군산산업단지 조선협의회)”

“일자리 공약의 1순위는 군산조선소 재가동입니다.(전북자동차포럼)”

군산시내 곳곳에 걸린 현수막을 통해 지역 여론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조촌동에 자리 잡은 군산시청은 이런 현수막이 수십개 에워싸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아직 군산조선소의 재가동 시기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수치상 조선업이 반등하고 있다곤 하지만 이는 수년간 수주 불황에 따른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호황기와 같은 수주 물량이 언제 회복될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운영하는 군산조선업 일자리지원센터도 주말이면 문을 닫아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이날 센터를 찾은 한 조선업계 실직자는 “조선소가 문을 닫은 시급한 상황임에도 상담창구 하나 없이 문이 닫혔다”며 “그들에게는 주말이 일상이겠지만 지금 우리는 생존의 문제”라며 쏟아지는 빗속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 8일 군산시청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는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을 염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사진은 군산시청 앞에 내걸린 현수막의 모습. [사진=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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