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과 소외’···한국 발길 돌리려는 외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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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차장
입력 2017-07-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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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노승길 기자 = 유럽계 한 기계 부품생산 기업 B사는 최근 본사 이사회를 개최해 한국에 대한 투자확대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이 기업은 2년 전 본사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한국기업 인수·합병(M&A), 생산·물류 네트워크 확장 등을 추진해 2020년까지 한국 사업 규모를 2배 이상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B사가 “기업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고 투자 계획을 보류한 것은 한국 내 사업 환경이 불투명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B사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 규제가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 생산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기·수도·가스 등의 공공요금 인상 추진 등이 속출하고 있어 본사 경영진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B사를 비롯해 한국에 이미 진출했거나 투자를 계획했던 외국기업들이 발길을 돌리려 하고 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외국인 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고기준 외국인투자기업의 한국 투자 건수는 1287건, 95억97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투자 신고액수는 예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신고 건수는 2011년 상반기(1240건)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상반기 외투기업이 실제 투자를 집행한 도착금액은 49억6200만 달러로 2014년 하반기(45억900만 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반기 신고기준 제조업 투자는 273건 28억3600만 달러로 예년 수준과 비슷했지만,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그린필드형 제조업 투자(기업 스스로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과 사업장을 설치하는 투자 방식)는 상반기 신고기준 22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7%나 줄었다. 반면 제조업 M&A 투자는 101.0% 급증한 6억1000만 달러로 집계되어 외투기업의 한국 제조업 투자는 금액은 증가했어도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추정됐다.

외투기업 직접투자(FDI)가 줄어든 것은 외부여건보다 한국 사회 내부의 불안요소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박성택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올 상반기는 국내적으로 탄핵정국에 이은 대통령 선거로 상당수 투자가들이 관망세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해 정책방향이 확정될 때까지 투자를 유보한 경향성이 있는데 그런 영향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외투기업에 제공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혜택이 지나치게 많아 국내기업을 역차별하고, 채용한 근로자들의 권리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등 반기업 정서가 외투기업으로 확산된 점도 투자자들을 흔들고 있다.

외투기업의 투자 축소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여부는 하반기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과 분배에 초점을 둔 문재인 정부의 기업 정책은 외투기업들이 반가워할 만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투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진실로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초기라 그런지 현 정부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일보 외투기업인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불안감을 해소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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