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대선 기간 사드 배치 강행…새정부에 보고조차 안해

입력 : 2017-05-30 17:25
文대통령, 사드 발사대 4기 '비공개' 추가반입 진상조사 지시 민주 사드특위 "사드 청문회 추진, 朴정부 대표적 적폐청산"

[사진=연합/AP]


아주경제 주진 기자 = 지난 대선 기간 중 주한미군의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발사대 4기가 국내로 몰래 반입됐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부당국이 대통령에게 정식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이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외교적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 때도 국내에 발사대 4기가 추가 보관돼 있다는 상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훈 국정기획위 외교·안보 분과위원장은 30일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올해 3월 6일 사드 체계 일부인 발사대 2기 등이 C17편으로 도착했고 4월 26일 사드 체계 일부 장비가 공여부지에 배치됐다. 2기가 배치됐다는 얘기가 들어있었다는 것. 그 이상의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드 반입은 대선 국면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3월 6일 미군은 발사대 등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전격 공수한데 이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드 부지 공여절차를 완료한 지 불과 엿새만인 4월 26일 야밤을 틈타 발사대 2기와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을 성주골프장에 배치했다. 대선 전에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당시 미군과 군 당국은 사드 성주 포대 완성을 위해 나머지 발사대 4기에 대해서도 국내 반입을 조속히 완료해 올해 말까지 완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군 당국은 대선을 불과 10여일 남겨놓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사드 배치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사드장비의 추가반입은 새 정부와 조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의 한미 협의 과정 등을 고려할 때 대선 이전에 장비가 배치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을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성주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추가로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크게 격노하면서 반입 경위 등을 철저하게 진상 조사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드 발사대 4대를 추가적으로 반입하고도 국방부에서 청와대에 곧바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방부 수뇌부가 한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조직인지 미군 사령부의 지시를 받는 조직인지 의심케하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이번 기회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위를 무시하는 군기 문란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조치하고 사드 배치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 성주군·김천군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재 불법적인 사드 배치 사업에 대한 중지 명령, 주한미군 사드 배치 과정의 진상과 책임자 처벌, 소성리에 있는 경찰력 철수, 사드 추가 반입 반대와 반입된 장비 철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사드가 배치돼있는 성주 골프장 앞을 지키며 군 차량을 통제하고 유류 등 장비 반입을 철저히 막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업무를 개시한 지난 10일 주한미군이 사드 장비 운용에 필요한 유조차를 11일 새벽에 반입한다는 정보가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에 입수됐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성주·김천주민들은 국방부, 외교부 등 사드 관련 부처의 적법 절차 위반에 대해 4건의 소송을 법원에 낸 상태다.

성주투쟁위 등 4개 시민사회단체는 10억 달러에 이르는 사드배치 비용 부담 사실을 알고도 배치를 강행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결정에 관여한 이들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자는 황교안 전 총리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다.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특별위원회도 "사드배치의 절차적 정당성, 불법적인 사드장비 이동배치, 비용분담 이면합의 등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지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인 사드배치 졸속 결정과, 탄핵 이후에도 지속된 사드의 불법적 배치 강행은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국방부 등 행정부는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런 불법적 배치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 차원의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가 착수된 만큼 그 결과에 따라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이면합의, 관련 인사들에 대한 부정부패, 제조사 록히트마틴의 리베이트 등이 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조사로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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