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씨름하고 쭝쯔먹는 '단오', 그리고 '구동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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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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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간의 차이 인정하고 타협해 '궁극적인 목표' 쫓아야

중국은 단오절에 대나무잎으로 싸서 찐 쭝쯔를 먹는다. [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30일은 음력 5월 5일 단오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씨름, 그네뛰기를 즐기는 우리의 명절이다. 동시에 단오는 중국의 명절이기도 하다. 28일부터 30일은 중국의 단오절 연휴로 쌀을 대나무잎으로 싸서 찐 '쭝쯔(粽子)'를 먹고 멱라수에 빠진 굴원을 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보트 경주인 룽촨징두(龍船競渡)를 즐긴다.

단오는 우리의 것이면서 중국의 것이다. 양국은 단오는 어느 나라의 명절이냐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자 중국은 "한국이 단오절을 훔쳐갔다"며 분노했고 이후 단오절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에는 공동으로 갖고 있지만 다른 것들이 많다. '한자'도 대표적이다. 최근 중국인과의 모임에서 한 중국인이 “예전에 한국 등 아시아 국가는 문자가 없어 모두 중국말을 썼다”며 슬그머니 우월감을 보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문자는 ‘한자’로 같았을지 몰라도 언어는 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자의 사용법, 표기 등도 달라졌다.

같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다. 아시아 각국은 공유와 조화, 그리고 각자의 변천사를 거치면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왔다. 

최근 정치계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것을 추구한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민심을 모아 새로운 대통령과 정권이 등장한 만큼 대립보다는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로 통해 ‘국민을 위한 나라’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자는 취지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모두가 '구동존이'를 외치지만 언제나 중심은 자신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궁극적인 목표보다 눈앞의 목표, 자신을 위한 목표를 추구한다. 결국 구동존이를 내세워 상대에게 타협을 강요하면서 화합과 조화는 점점 더 멀어진다.

중국도 구동존이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중국 구동존이의 중심도 '중국'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앞에 언급한 '단오'나 '한자' 등 문화적 측면은 물론이고 최근 경제, 정치·외교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일대일로(육·해상실크로드)' 구상을 두고 중국은 모두를 위한 경제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국제사회 곳곳에서 "중국 중심의 세계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며 패권 추구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처럼 구동존이는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직면한 난제를 극복하고 다른 국가와의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호혜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문재인 정부에 제시한 ‘구동화이(求同化異)’도 주목할 만하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타협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진정한 공존에 한층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무조건 반대만 해서도 안되고 또 모든 것을 양보해도 안 된다.

큰 틀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원하는 바와 그 이상을 얻을 수 있다. 확실한 주인의식을 갖고 동시에 ‘구동존이’, 나아가 ‘구동화이’의 자세로 전진해야 보다 찬란한 미래를 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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