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대통령님, 유통규제 좀 푸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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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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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장]

아주경제 김진욱 생활경제부장 = 문재인을 선장으로 내건 ‘대한민국 호’가 새로운 돛을 올렸다. 그 어떤 정부보다 무거운 책무와 과제를 안고 출항했다. 새 정부의 진용을 갖추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슬러야 할 대내외 사안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개월간 이어진 국정공백 사태를 수습하고 국가경제와 민간기업, 서민 살림살이를 다시 챙겨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에 상처 입은 민심을 달래기도 해야겠지만 국가경제를 재건하는 일이 급선무다. 특히 민간경제의 한 축이자 서민생활과 밀접한 유통업계를 되살리는 임무가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유통업계에 있어 4~6월은 가정의 달과 여름 휴가철을 앞둔 시기라는 점에서 활황기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유통업계는 침울한 2분기를 보내야 했다. 그도 그럴 게 시대적 아픔을 남긴 세월호 사고는 물론, 전 국민을 공포로 떨게 만든 메르스 사태 역시 이 시기에 일어났다. 유통업계가 새 대통령 취임으로 시장분위기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우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기업과 산업 정책에 있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대선공약의 키워드로 삼았다. 유통 관련 공약에서도 재벌개혁이라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평소에도 “뼛속까지 자영업 골목상인의 아들”이라 외치며 대형유통기업에 대한 규제를 통해 상생경제 실현 의지를 다졌다.

실제 대선을 치르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에 대해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 도입을 주장했고, 스타필드(신세계), 롯데몰(롯데)과 같은 유통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의 입지 제한에 강성을 나타냈다. 

여기에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일 확대, 영세 가맹점의 범위 확대 및 우대수수료율 인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권리금 보호대상 확대 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심의 정책실천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앞으로 유통 관련 정책을 펴는 데 있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가 있다. 바로 유통분야 상생경제의 출발점을 대기업 옥죄기로 잡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서민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보호를 앞세운 정책은 환영하지만 유통 대기업이 ‘절대악’으로 묘사되는 건 자칫 업계 죽이기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

요즘 유통기업들 사이에선 “백화점에 이어 대형마트도 성장 정체기에 있는데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도 모자라 신규 출점까지 제한받는다면 유통산업 전반의 성장 정체가 불보듯 뻔하다”며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의 대선후보자로서 선거 당시 표심을 우려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의 이익을 앞세운 공약을 내걸 수밖에 없었던 점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정부정책의 지휘권을 잡은 대통령으로서의 문재인은 ‘유통대기업 규제=지역상생’이라는 공식이 지금껏 성립했느냐는 점을 반드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형기업의 규제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2012년 3월 이후 대형마트 등은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월 2회 의무휴업 영업 규제로 대형마트 매출은 21% 줄었다. 아이러니하게 같은 기간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매출도 12.9% 줄었다. 정작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을 찾지 않으면 유통산업발전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백화점업계의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시장의 매출은 대형유통사의 규제가 이뤄진 이후에도 2011년 22조1000억원에서 2014년 19조7000억원으로, 3년간 2조4000억원이 더 감소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뿐 아니다. 정부의 유통대기업 규제가 지역상생보다는 오히려 지역 내 상인과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냈다는 점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복합쇼핑몰 등의 출점 시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지역상권과 상생해야 한다는 것 때문인데, 현재 출점을 꾀하는 상당수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상인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신세계가 부천에 ‘스타필드하남’급 대형복합쇼핑몰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사업축소 계획을 발표한 것이나, 롯데가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일대에 대형쇼핑몰인 롯데몰 건립을 추진했지만 지역상인들의 반발로 4년째 첫 삽도 못 뜨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국정공백, 경제공백, 사회공백으로 확대되며 전 국민에게 허탈함과 실망감을 안겼다. 이제 19대 대통령 선임으로 새 술이 새 부대에 담겨진 만큼, 경제살리기의 중심 축에 유통기업들의 숨통을 트여줄 방법론도 문 대통령이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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