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법 4년 연장 여파] "똑같은 가맹점인데 기업형슈퍼마켓만 대기업 취급"

  • 대못 규제에 허탈감

  • 전국 점포 가맹 비중 49.7% 달해

  • 현실 반영한 제도 개선 이뤄져야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일몰이 4년 연장되면서 기업형 슈퍼마켓(SSM) 업계가 깊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SM 가맹점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대형마트에 준하는 영업 규제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10년 전 틀을 씌우는 격”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법이 처음 도입된 2010년대 초 SSM은 대부분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 모델이었고, 규제 체계도 이를 전제로 설계됐다. 당시에는 심야 영업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전통상업보존구역 출점 금지 등 강도 높은 규제가 적용돼도 ‘대기업 유통업체에 대한 조치’라는 명분이 비교적 분명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 구조는 크게 변화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 GS더프레시·롯데슈퍼·홈플러스익스프레스·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전국 SSM 점포 1464곳 가운데 가맹점은 727곳으로 49.7%에 달한다. 사실상 절반이 소상공인 점주가 운영하는 매장이라는 의미다. GS더프레시는 전체 점포 586개 중 가맹점이 477개로 점포 80% 이상이 가맹 구조로 전환된 상태다. 이마트에브리데이와 롯데슈퍼 역시 출점 전략을 가맹점 확대로 잡으며 가맹은 늘고 직영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직영점’이라는 기존 SSM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SSM에 대한 규제 체계는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SSM 가맹점 역시 직영점과 동일하게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조항을 적용받는다. 같은 가맹 업태인 편의점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똑같은 소상공인인데 간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 취급을 받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점주 개인이 임대료·인건비·운영비를 부담하며 사업을 운영하는 구조임에도 법적 지위는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로 분류돼 대형마트 수준의 제약을 떠안는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소비 전환이 급격히 진행된 가운데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가 처음 도입된 시점과 달리 현재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 상대는 골목슈퍼나 전통시장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이다. 서울 영등포구 한 SSM 점주는 “편의점 하다가 더 키워보려고 SSM 창업에 도전했는데 막상 와 보니 규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후회가 된다”며 “손님들 대부분 장은 온라인으로 보고 신선식품이나 급한 물건을 사러 가게에 온다. 이런 상황에 과거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SM 규제의 목적과 방향성을 다시 따져볼 시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SSM 규제가 10년 넘게 유지되면서 오프라인 경쟁력이 약해졌고, 그만큼 소비가 온라인에 과도하게 몰리는 구조가 고착됐다”며 “일몰이 4년 연장된 만큼 이번 기간을 대기업, 점주, 전통시장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여 논의하는 제도 재정비의 골든타임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역시 연장된 4년 동안 제도 개선 논의가 조금이라도 진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SSM 가맹점 운영 실태를 반영한 차등 규제나 영업시간 제한 방식 조정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지만 실제 정책 논의가 속도를 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규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SSM 가맹 확대 흐름과 함께 부담은 결국 점주에게만 집중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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