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책임만 있고 권한 없는 정부…내각제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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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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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언제부터인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일차적 책임의 화살은 정부를 겨냥한다. 당국의 관리감독과 비리, 정책 부재를 탓하는 분위기가 일상이 돼버린 것이다. 물론 사고 발생의 원인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가 지는 것이 맞다.

다만 최근 흐름을 보면, 정부는 ‘책임’만 지는 형국이다. 말 그대로 사건이 터지면 온몸으로 방어하는 ‘화살받이’ 역할인 셈이다. 정부의 권한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의 하소연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이 부분은 짚어야 할 대목이다.

정부는 민간소비와 투자, 고용촉진 등을 위해 민간 기업을 설득하고 협의한다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었다. 정책과 규제라는 틀 속에서 이해당사자들과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경제성장을 일궈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반쪽짜리 정부’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기에 관피아(정부+마피아)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고, 청탁금지법으로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반대로 국회는 정부의 권한을 모두 받았다. 국회의 동의 없이는 어떤 정책도 휴지조각이 돼 버리는 시스템이 됐다. 현 정부에서 핵심 법안으로 밀었던 서비스활성화법은 결국 손 한 번 쓰지 못한 채 백기를 들었다.

정부세종청사 입주부처 장‧차관들은 일주일에 한 번도 세종시에 내려오기가 힘들다. 국회 일정이 유동적이어서 공식 행사나 일정을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국장들 역시 처지는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소속 상임위원회 위원만 챙기면 됐는데, 이젠 모든 국회의원이 수시로 불러들인다. 세종청사 고위 공무원은 한 달 중 보름 가까이 국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공무원사회에서는 ‘의원내각제’에 대한 찬성 기류가 강하게 흐른다. 차라리 장관을 정치인들의 입맛에 맞게 인사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얘기다. 그러면 좀 더 국회와 소통이 잘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의원내각제를 요약하면 정부 성립과 존립이 국회의 신임을 필수조건으로 하는 정부 형태다. 내각책임제 또는 의회정부제라고도 한다. 현재 시스템을 볼 때 사실상 모든 권한이 국회에 있는데 굳이 대통령제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공무원사회의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조 섞인 목소리일 뿐이다. 정치인이 장관으로 임명되는 것이 싫다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 그럼에도 의원내각제를 찬성하는 이유는 정부가 국회의 ‘방패막이’ 역할로 전락했다는 씁쓸한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원내각제가 책임만 있는 정부에 다시 권한을 부여할 수 있을까. 이제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의원내각제를 찬성하는 후보는 없다. 심상정 후보가 그나마 내각제 도입 여부를 언급했지만, 정치 후진국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대세다.

차기 정부는 탄핵정국이라는 어수선한 시국을 뚫고 출범한다. 그만큼 막중한 사명을 안고 새 정책을 수립하게 되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많은 공약과 우선 과제를 선정할 텐데, 지금의 대통령제와 정부의 힘이 얼마나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의원내각제가 아니더라도 국회로부터 정부의 권한을 어느 정도 넘겨받아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한국경제, 나아가 대한민국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어떤 역할 분담을 해야 할지 20일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이 끝난 후 새 정부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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