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 파면...촛불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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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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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고후 헌재 주변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일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 11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대통령을 파면했다. 촛불이 승리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한 마디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갈렸다.

역사적인 날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내쫓은 날. 시민이 승리했다. 촛불혁명이 위대한 완성을 향해 이제 첫 걸음을 뗐다.

지난해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19차례 걸쳐 진행된 촛불집회는 그야말로 시민혁명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시민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촛불집회는 힘든 싸움 끝에 국정농단 세력을 내몰고, 시대의 적폐를 씻어낼 기회를 만들었다.

헌법재판소의 이날 선고는 촛불혁명을 완성하기 시작일 뿐이지만, 가슴을 뻥 뚫어주기에 충분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탄핵소추와 관련해 그동안 대리인단이 문제 삼았던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탄핵사유 절차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권한대행은 탄핵사유 가운데 ‘공무원 임명권을 남용하여 직업 공무원 제도 본질을 침해했다는 점’과 ‘언론 자유 침해하였다는 점’ ‘세월호 사건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성실 의무’에 대해서는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먼저 했다.

그 순간, 아찔했던 기억이 있다.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느낌. 다행이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권한대행의 차분한 목소리가 어느 시점부터 결을 달리했다. 피청구인(대통령)의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에 대해서는 준엄한 꾸짖음으로 바뀌었다.

다소 길지만, 이 권한대행의 선고를 인용한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함은 물론,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평가 받아야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 블루 K 및 KD 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 지적에도 불구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해왔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 범죄 혐의고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이 사건 소추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헌법 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한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다”

어느 정치평론가는 이를 두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 ‘반전의 여인’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 어떤 별칭도 이 권한대행에게는 부족하다. 이 권한대행과 헌법재판관들이 정점을 찍은 판결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탄핵 선고가 이뤄진 후 헌재 주변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일은 향후 우리가 짊어져야 할 운명을 예고했다.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서도 청와대를 떠나지 않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정치권은 이번 판결을 두고 승복과 함께 국민대통합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의 국민대통합은 이제 조기 대선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 선거가 한바탕 축제가 돼야 한다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그동안 광장에서 제기된 많은 요구를 수렴하는 한바탕의 축제로 대선이 승화될 때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다시라는 말과 시작이라는 말이 대구가 맞지 않겠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사족(蛇足)을 붙이자면 이 권한대행이 차분하게 선고문을 읽어 내려갈 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목에서는 목울대가 순간, 울컥했다. 그 울분은 선고문 마지막에 등장한 김이수, 이진성 헌법재판관의 보충 의견을 듣고서야 풀렸다. 이들 재판관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피청구인(박근혜)은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진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가 다시 꾸려져 진상이 규명되도록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세월호의 아픔을 바다 아래에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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