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티스트' 예술성vs대중성, 치열한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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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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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재범 역을 맡은 박정민(왼쪽), 지젤 역의 류현경[사진=영화 '아티스트'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아티스트 지젤(류현경 분). 그는 첫 국내 전시회를 열기 위해 갤러리를 찾지만 매번 거절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자신의 예술성을 믿고 순수한 예술을 추구하는 지젤은 상업화된 작가들과 과대평가된 거장들을 비웃으며 꿋꿋하게 그림을 그려나간다.

그러던 중, 지젤은 타고난 눈을 가진 갤러리 대표 재범(박정민 분)과 만나며 데뷔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이제 뜰 일만 남은 무명화가 지젤이지만 성공을 눈앞에 두고 그만 심장이 멎어버린다. 재범과 갤러리 직원들은 ‘유작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전시를 진행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지젤의 죽음에 그림 값이 마구 치솟는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재범은 그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며 상상 속 지젤을 만들어간다. 이른 바 ‘아티스트 프로젝트’가 완성되려는 찰나 죽은 줄 알았던 지젤이 눈을 뜨고, 재범의 계획은 꼬여간다.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제작 ㈜영화사 소요 ㈜백그림·배급 ㈜콘텐츠 판다)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연속 매진의 기록을 세웠던 김경원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유머러스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현시대의 예술가, 예술 가치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 예술가를 둘러싼 풍자와 해학은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안긴다.

이는 마치 한 예술가의 자아 충돌처럼 보이기도 한다.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지젤과 타협을 요구하는 재범의 치열한 공방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고민이자 현실이기도 하다. 지젤과 재범의 관계와 이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 은유를 살펴보는 것도 ‘아티스트’의 재미 요소다.

또 흥미로운 것은 ‘아티스트’가 가진 화법이다. 예술가들의 고민과 실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도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는 관객들이 영화를 멀찍이 느껴지지 않고, 그 접근을 용이하게 만든다. 말 그대로 ‘예술가들의 고민’에만 그치지 않도록, 관객들과의 소통에도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이다.

지젤과 재범을 연기한 배우 류현경과 박정민의 연기 호흡 또한 훌륭하다. 그간 이들의 연기를 한 작품에서 오롯이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아쉬울 정도로 배우들은 인물들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거기에 제임스 곽 역의 문종원과 특별출연한 이순재까지 작품의 무게를 더하며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9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96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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