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월대보름 촛불집회...‘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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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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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권 대선주자들도 촛불집회에 다시 참석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아일랜드의 극자가 겸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명에 이렇게 썼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정이 3월로 넘어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탄핵 인용도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야권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야 3당 대표가 다시 촛불을 들어 올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을 위한 헌재 압박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미 조기 대선이 시작된 것처럼 의기양양하던 야권이 헌재의 탄핵심판 일정이 늦춰지는데다 보수단체의 세(勢) 결집에 따라 탄핵 인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여론이 이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을 법 하다. 그래서 야권은 다시 촛불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올 들어 매주 주말에 열린 촛불집회는 대선놀음에 정신 팔린 정치권을 제외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돼 왔다.

국회의 탄핵을 앞둔 지난해 12월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 서울 170만 명 등 전국적으로 232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던 것을 정점으로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계속 하락 곡선을 그렸다.

이에 반해 박사모 등 이른바 보수단체들의 태극기 집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점차 참가자의 숫자가 늘어갔다.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기로 한 새누리당이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모습도 주목되고 있다.

국정농단 세력으로 비난받으며 참회와 용서의 길을 가던 집권당이 어느 사이 태도를 바꿔 탄핵 정국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 헌재에서 탄핵을 기각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한껏 높이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농단 비호세력으로 낙인찍혀 당이 쪼개진 것이 불과 석 달 전이다. 촛불민심의 분노에 가슴 졸이며 반성모드로 몸을 낮췄던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는 것과 때를 같이해 ‘박근혜 대통령 보호’에 적극 나선 것이다. 그들의 변신능력은 언제나 탁월했다. 다만 잊고 있었을 뿐이다.

언론에서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동일 선상에 놓고, 참가자 수를 검증 없이 보도하고 태극기집회를 옹호하는 논조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두 집회의 현장에 한번이라도 나가본 시민이라면 그러한 언론의 보도 행태에 혀를 내두를 것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추위와 바쁜 일상에 치어 현장에 나가기 힘들다. 무엇보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을 살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가짜뉴스(fake news)가 크게 기여했다고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지적한 바 있다.

대선이 치러지는 우리의 언론 상황도 이와 무관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에 의한 '진실 눈가림'은 극성을 부릴 것이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퇴진행동은 이달 25일 민중총궐기를 열 계획이다. 11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서울 광화문장을 비롯한 전국에서 열리는 15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25일까지 촛불집회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15차 촛불집회에는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촛불을 꺼뜨리지 않으려는 그들은 집회 참석에 앞서 그동안 촛불집회를 꾸준하게 지킨 시민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촛불의 바다에 쪽배를 띄워 국회 탄핵가결과 국정조사, 특검 실시 등의 과실을 얻어낸 정치권이 다시 세가 불리해진다 싶어 촛불의 바다를 향하는 모습은 솔직한 심정으로 아름답지 못하다.

물론, 촛불민심은 그 누구도 내치지 않고 넉넉한 품으로 다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광장에 모인 민심이기도 하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다시 광장을 메울 것이다.

추위와 어려운 경제 상황을 무릅쓰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보다는 낡아빠진 시대를 바꾸기를 원하고 있다. 광장에 다시 합류하는 정치인들, 특히 대선주자들은 촛불민심의 평범한 진리를 체득하길 바란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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