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개미핥기의 호갱님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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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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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부산행'에선 여러 명장면과 명대사들이 등장했다. 그중 영화의 주제와 상관없지만 사람들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던 재미있는 유행어가 있었다.
 
바로 주인공 공유가 자신의 직업을 펀드매니저라고 밝히자, 마동석이 "개미핥기"라고 받아쳤던 것이다. 마동석이 말한 개미핥기의 의미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마동석의 대사에 공감하며 웃었던 것은 그만큼 증권업계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은 절대 돈을 벌 수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올 정도다.

오직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을 위한 놀이터일 뿐 개인들은 이른바 '호갱님(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로,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의미하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 자체를 믿을 수 없다면 수익률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예·적금에나 투자하면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쥐꼬리 만한 월급을 받아가면서 쌈짓돈으로 재테크를 해야 하는 서민들이 예·적금 만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나마 전문가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서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또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 물론 시장이 좋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침체된 시장에만 핑계를 돌려선 안 된다. 증권업계는 개인투자자들을 실적만 올리기 위한 '호갱님'으로 인식하면서, 스스로 '개미핥기'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증권업계의 투자상품 판매 관행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지난해 증권·선물업계의 민원·분쟁은 전체 회원사(56사) 중 34사에서 총 1587건 발생했다. 전년 4435건에 비해선 무려 64.2% 감소한 규모다.

유형별로 보면 간접상품(453건) 유형의 민원·분쟁이 28.5%로 가장 많았다. 부당권유 역시 5.9%(93건)로 적지 않았다. 증권업계의 투자상품 불완전판매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금융당국과 증권 유관기관들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의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광고심의 절차와 검사 활동을 강화하고, 부적합한 투자권유를 차단하기로 한 것이다.

또 판매과정에서 녹취를 의무화하며 청약 후 일정기간 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숙려기간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만이 능사는 아니다.

기업들의 지나친 성과우선주의는 영업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몰게 되고, 이로 인해 불완전판매 근절 대책도 무색해질 수 있다.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부실한 채권을 대거 팔았다 큰 손실을 입혔던 '동양사태'가 발생한지도 어느새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이에 버금가는 대형 금융사고는 없었지만, 언제 또 다시 제2의 동양사태가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해가 바뀔 때마다 모든 증권사들이 고객수익과 신뢰경영을 최우선으로 내세우지만, 이런 다짐이 헛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개인들도 스스로 '호갱님'이 되지 않도록 긴장해야 한다. 방송을 통해 쏟아지는 광고나 영업직원들의 유혹에만 현혹돼 자신이 잘 알지 못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상품에 덜컥 투자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만고불변의 진리도 잊어선 안 되겠다. 금융상품에 투자 시 기대수익률이 높다면, 그만큼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개미핥기의 호갱님 모시기' 관행이 근절되도록 한 번 더 다짐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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