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셰이크핸드형 공격 경영’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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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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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산업부 차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그의 자서전에서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탁구를 친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아들이 평소 사용하던 펜홀더형 탁구채 대신 셰이크핸드형으로 바꿨는데, 이날 게임을 하면서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점수 차로 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펜홀더형 탁구채는 펜을 잡는 것처럼 잡는다고 해서, 셰이크핸드형은 악수를 하는 것처럼 잡는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통상 펜홀더형은 공의 접촉면에 부착하는 러버(고무)가 한 면에, 셰이크핸드형은 양 면에 부쳐졌다는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셰이크핸드형 탁구채가 공의 접촉면이 넓은 반면 힘이 분산되는 약점이 있어 수비형 선수가 주로 사용했고, 스피드를 앞세운 공격 탁구를 구사하는 선수들은 펜홀더형을 선호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힘이 좋은 유럽 남자 선수들 가운데 공격형 선수들이 셰이크핸드형 탁구채를 사용, 파괴력 높은 스매싱을 구사하기 시작하더니 1980년대 후반에는 세계 최강인 중국 선수들을 누르고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이어 중국도 셰이크핸드형 탁구채를 받아들였는데, 이들은 셰이크핸드형의 특성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탁구채 양면에 질이 전혀 다른 러버를 붙인 ‘이질 러버’ 탁구채로 기존 패턴과 전혀 다른 ‘창조적인’ 공격과 수비를 구사해 상대편 선수들을 교란시켰다. 이후 셰이크핸드형은 현대 탁구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탁구 경기에서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1초도 채 안 된다. 서브를 주고받기 직전까지 선수들은 어떻게 공을 받아 공격의 기회를 잡느냐에 모든 것을 집중하지만, 랠리가 시작되면 피나는 반복 연습을 통해 몸으로 익힌 기계적 반사동작에 따라 경기를 진행한다. 이 때는 머리로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예측 가능한 다양한 가능성을 익힌 몸이 먼저 반응한다.

수비형이라는 셰이크핸드형 탁구채에 선수의 강한 체력과 이질 러버의 변화 무쌍한 패턴을 결합시키니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과 수비의 구별 없이 공격 위주로 게임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공격형 전술을 구사랄 수 있어 승리할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셰이크핸드형 탁구채를 기업 경영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개인이나 기업은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수비적으로 웅크리고 있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 결국에는 있는 것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공격과 수비와 경계를 허물고 수비를 공격의 하나로 활용하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저성장 기조는 회복의 가능성이 낮고, 대외적으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국의 험한령 등, 대내적으로도 국정공백 사태의 지속과 반기업 정서의 확산 등 경영의 위협을 줄 불안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에게는 어려울 때일수록 실패를 무릅쓰고 공격적으로 변신하는 기회선점 경영이 요구된다. 특히, 순간의 변화를 예측하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셰이크형’ 공격경영을 통해 창조적 발상이 결집된 상품과 서비스를 남보다 앞서 시장에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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