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문화융성'…뿌리 건강한 新 문화패러다임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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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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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구름' 관광 산업…시장 다변화·내수경제 활성화 등 필요

'문화융성'은 2017년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14년 8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 제4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아주경제 기수정·박상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문화융성'을 주요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로 강조해 왔다.

'문화가 있는 날',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 등 더 많은 국민들이 문화를 향유하게 하고 더 다양한 나라들과 문화적 교류를 해 나가겠다는 정책 취지까지 폄하할 순 없지만, 문화융성은 일부 문화계 관계자들로부터 '토양은 다지지 않고 섣불리 씨앗만 뿌린다', '문화의 산업화에 심취해 돈 되는 곳에만 신경을 쓴다' 등의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후안이 가결된 것은 문화융성에도 사실상 '사망 선고'가 내려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와 최씨의 최측근 차은택(47·구속기소)씨가 문화 관련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했고, 최씨의 '수행비서' 노릇을 했던 김종(55·구속기소) 전 문체부 제2차관의 전횡도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연대(공동대표 원용진·임정희)는 지난해 말 2016년 문화계 10대 뉴스를 선정하며 '박근혜정부 문화융성 파탄'을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10대 뉴스에는 '예술검열, 블랙리스트 사태'(2위), '평창동계올림픽 부실 및 비리'(4위), '사드 배치 추진에 따른 한류 위기'(7위) 등 청와대·문체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거나 관여한 것으로 의심 받는 이슈들이 포함됐다. 

◆ 지속가능성에 물음표… 예술인 지원 등 순기능은 이어가야  

이처럼 문화융성은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흔들리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지속가능 여부다.

문체부에 따르면, 올해 문체부의 예산은 5조6971억원으로 확정됐다. 지난해(5조4948억원)에 비하면 2023억원(3.7%) 늘어났지만 지난해 예산이 그 이전 해(4조9959억원)보다 10.0% 증액됐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당초 문체부가 냈던 올해 예산안 5조9104억원에 비해서는 2133억원(3.6%)이 삭감된 셈이다.

게다가 빠르면 오는 4월, 늦어도 6~7월에는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돼 새 대통령이 비리로 얼룩진 전 정부의 문화정책을 승계할 것인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다만, 한류 강화 등 문화융성의 순기능까지 위축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예술인 지원, 생활문화 저변 확대 등 문화융성의 긍정적 측면까지 사라져선 안 될 것"이라며 "외형적 성장과 상명하달식 문화전파보다는 내실 있는 문화향유로 정책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5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 셀러이자 1990년대를 대표했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저자 최경미(56) 시인이 생활보조금 대상자가 됐다는 소식은 문화 정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최 시인은 지난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가 연간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다. 아… 약간의 충격. 공돈이 생긴다니 반갑고.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라는 자조 섞인 글을 올려 예술인들을 애잔하게 했다.

영화관·공연장 등 문화시설의 지역 간 편차도 새 문화 정책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문체부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등록공연장·영화관·문화기반시설 현황'에 따르면 서울은 시설 한 곳당 이용대상자 수가 공연장 2만6199명, 도서관 7만5050명, 박물관 8만1817명 수준이었지만, 부산은 공연장 5만3153명, 도서관 10만9628명, 박물관 21만9256명 등으로 인구대비 문화기반시설이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문위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은 "새로운 문화수요 창출과 문화향유권 증대를 위해 문화기반시설이 열악한 지방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이 이루어져야 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글날인 지난 10월 9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570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한글은 우리의 언어생활뿐만 아니라 문화융성을 실현하는 데 훌륭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대외 변수 극복할 '관광시장 다변화' 필수

세계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데다 중국 변수까지 도사리고 있는 탓에 올해 관광 산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사드 배치 등으로 인한 한중 관계 경색 등 외부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전체 방한시장 수요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외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관광객의 지속 증가를 위해선 관광시장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정부는 ‘인바운드 관광 질적 성장의 원년’으로 삼았다. 기존의 관광정책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등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일 방침이다.

'시장 다변화 전략'을 세워 외국인관광객 유치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관광공사는 대만·홍콩 시장의 수요를 높이기 위한 '+10만 유치' 프로젝트를, 일본 시장의 부활을 위한 '일본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무슬림 친화식당 분류제'를 도입, 전국 135개 식당을 무슬림 친화식당으로 지정해 무슬림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메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올해에는 무슬림 유치 확대의 일환으로 이란(테헤란), 카자흐스탄(알마티), 몽골(울란바토르)에 신규로 해외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다.

(재)한국방문위원회는 지난 2010년부터 이어온 서비스 및 수용태세 개선사업과 지속적 개별관광객(FIT) 증가 추세에 맞추어 실질적인 방문혜택을 포함한 프로모션 및 인센티브 제공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쇼핑 축제 ‘코리아그랜드세일’사업의 경우 한류콘텐츠 소비 및 방한객 수가 성장 중인 동남아지역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확대하는 등 시장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지자체 코리아그랜드세일 참여 확대 및 쇼핑관광 서비스 개선에도 만전을 기울일 방침이다.

정부는 겨울여행주간 신설, 관광융자지원 확대 등을 통해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한다.

특히 이번 겨울여행주간은 주말이 여행기간에 확대·포함됐다. 여행객들이 여행주간의 할인·프로그램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다.

또 지역별 특화 프로그램을 지역별(광역 단위)로 매년 반복 추진(연간 1회)해 그 프로그램이 지역 고유의 문화관광유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지역 대표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등 지역관광 활성화를 통한 내수 살리기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자본회수 기간이 긴 관광시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내년 관광기금 융자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10% 늘린 55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중 3000억원(시설자금 2650억원, 운영자금 350억원)을 상반기에 풀어 약 400여 개 관광업체에 융자 혜택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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