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꼭 박수칠 때 떠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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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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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어느날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 고민을 털어놨다. 회사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 본인도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친구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렇다고 그 친구의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경기가 안 좋아 영업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회사 생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마도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의 고민일 것이다. 물론 기업과 경영인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업황이 부진하고 회사 경영이 어려울 때 조직을 축소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것도 기업의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이게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직원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잘못된 점은 없었는지도 곱씹어 보아야 한다.

얼마 전 프로야구 LG트윈스의 이병규 선수가 은퇴를 결심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 행태가 떠올랐다.

LG트윈스 팬들은 올 한 해 동안 이른바 '프렌차이즈 스타'로 불리던 이병규 선수를 경기에서 보고 싶어했지만, 감독은 그 선수에게 출장 기회를 주지 않았다.

딱히 이병규 선수의 기량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구단과 감독이 '팬심'을 무시한 채 출장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구단과 감독이 이병규 선수의 은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이병규 선수는 올해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기로 결심했다. 과거 '국보급 선수'로 불리던 이종범, 양준혁 선수가 은퇴를 결심하기 전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일었었다.

구단 입장에서는 난처한 게 사실이다. 하향세를 보이는 최고참 선수를 기용하는 것보다는 상승세를 타면서 미래가 촉망한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그런 고참들에게는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무언의 압박이 가해진다. 물론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 자신의 이미지와 좋은 기록을 유지하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꼭 박수 칠 때 떠나야 하는 것일까? 비록 기량이 떨어져 한창 좋았던 때의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겠지만,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노력한다 해도 분명 잘못은 아니다.  

또 말이 좋아 '박수 칠 때 떠나라'이지, 달리 표현하면 '좋게 말 할 때 떠나라'나 마찬가지다. 프로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좋게 말해 '희망 퇴직'일 뿐 '강제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 측은 직원에게 '아름다운 이별'을 제시하지만, 떠나는 사람 입장에선 아름다울리가 만무하다. 

특히 요즘 증권업계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합병을 하는 증권사들이 늘면서 희망 퇴직을 실시하는 곳도 많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인력 구조를 바꿀 필요는 있다. 다만, 과정이 문제다. 말로만 희망 퇴직일 뿐 '알아서 퇴사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은퇴를 종용해선 안 된다. 

몇년 전에는 한 금융사의 여직원이 임신한 상태에서 경영진으로부터 강압적인 퇴사 요구를 받다 낙태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었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이게 우리 기업과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마치 박수칠 때 떠나는 것만이 아름다운 퇴장인 것처럼 인식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박수를 치며 떠나보내줬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누구도 '박수칠 때 떠나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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