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환관의 나라' 명나라와 21세기 한국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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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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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나라 환관의 비선조직체가 국가흥망 좌지우지

  • 오늘날 중국 감찰권력기구 중앙기율위…'부패와의 전쟁' 칼자루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1368년 명태조 주원장(朱元璋)의 대명(大明) 건국과 함께 환관의 세력은 깊이 뿌리내렸다. 주원장은 송나라의 재상제도를 없애버렸다. 권신들이 황제의 권한을 잠식한다고 생각했다. 대신에 그는 가신과 환관이 주축이 된 특무기관 금의위(錦衣衛)를 조직했다. 금의위는 신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여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있으면 무자비한 처벌을 자행했다.

영락제는 1377년 정난의 변으로 조카 건문제에게서 제위를 빼앗고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천도했다.

건문제의 측근인 환관들을 매수한 것이 정변의 성공 덕분이라고 판단한 영락제는 1420년, 베이징 동안문 북쪽, 지금의 베이징 미술관 건너편에 환관을 수장으로 하는 특무기관 동창(東廠)을 설치했다.

환관들의 비선조직체나 다름없는 금의위, 동창, 서창 등, 즉 황제에게 통하는 어전의 문고리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나라의 흥망이 뒤집히고 조정의 운세가 결정되었다. 환관들의 발호로 조정의 공식적 시스템은 유린되고 대신들은 점점 무기력한 존재로 바뀌어 갔다.

명 무종 시절 태감(太監·환관의 수장) 유근(劉瑾)은 금의위, 동창, 서창 등 기존의 비선조직체들을 감시하는 내행창(內行廠)이라는 아주 특이한 특무기관을 설치했다. 유근 태감이 발호하던 이 시절 중국 조야에는 자금성에
'주씨 황제와 유씨 황제'라는 두 명의 황제가 있다는 말이 유행했다. 유근은 후일 산 채로 3357번 살점이 발라 내어지는 능지처참형을 당했다.

명나라 말엽, 희종 시절 태감 위충현(魏忠賢)의 세도는 황제를 압도했다. 1624년(인조 2년) 조선의 사신 홍익한은 명나라를 다녀온 기행일지 '조천항해록'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천하의 서열 1위는 위충현, 2위는 황제의 유모이자 위충현의 내연녀 객(客)씨, 3위는 황제"

홍익한이 증언한지 정확히 20년 후, ‘환관의 나라 명나라’는 망했다.

이러한 환관 비선조직체의 국기문란행위는 주류민족 한(漢)족이 건국한 명나라를 뿌리째 썩게 만드는 원흉이었다. 이름만 ‘명’(明)나라, 실제는 ‘암’(暗)나라라고나 할까. 후세 사가들은 명나라를 중국 역대 황조 중 관민의 삶이 가장 팍팍했던 암흑시대로 혹평하고 있다. 그야말로 부패한 권력은 권력이 아니라 공포, 그 자체였다.

4억 한족들은 그들 주류민족 인구수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한 줌의 300만~400만 만주족들의 노예나 다름없는, 치욕·굴욕·모욕으로 점철된 270년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이민족은 한족이 국가 경영능력이 매우 박약하다고 낙인을 찍고 조롱했다.

1636년 후금(後金)의 홍타이시(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을 안겨준 청태종)가 국호를 ‘대청(大淸)’으로 개명한 이유 중 하나도 부패한 한족의 명나라 대신 청렴한 만주족의 청나라가 중원을 접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래서일까.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막강한 감찰권력 시스템,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 한국의 감사원 격)에 칼자루를 쥐어주고 '부패와의 전쟁'을 총지휘하고 있다.  “중국의 총리는 이름만 2인자, 중기위 서기가 실질적 2인자”, “한국이 검찰공화국이라면 중국은 감찰공화국”이라는 표현이 전혀 지나치지 않게 여겨질 정도다.

이는 비선조직체에게 과도한 권력을 주고 공직자 사찰을 맡기면 부패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부패를 조장하는 등 국기문란의 엄청난 폐단만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나라 통사(痛史)에서 배운 뼈아픈 교훈 덕분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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