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올림픽에서 빛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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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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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감독(왼쪽)과 랑핑 감독[사진=연합뉴스, 신화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리우 올림픽 때 기자가 밤 늦게까지 시청한 경기 중계가 딱 하나 있다. 20일 밤 열린 여자 골프 마지막 라운드 경기다. 박인비 선수가 버디에 성공할 때 같이 환호했고, 공이 벙커나 호수에 빠졌을 때 같이 가슴 졸였다. 특히 금메달을 딴 박인비 선수가 비로소 활짝 미소 지을 때, 옆에서 눈물을 흘리던 박세리 감독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박세리는 18년 자신의 '맨발 투혼'을 보고 골프선수의 꿈을 키운 ‘세리키즈’와 올림픽 기간 내내 함께 합숙했다. 훈련, 스케줄에서부터 잠자리, 아침식사까지 선수들을 꼼꼼히 챙기며 때론 엄하게, 때론 부드럽게 다독였다. '부상 투혼'을 보여준 박인비의 금메달 결실 뒤에는 박세리의 ‘엄마 리더십’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리고 바로 다음 날, 12년 만에 올림픽 정상에 오른 중국 여자배구팀 랑핑 감독에게서는 '불굴의 리더십'을 봤다.

랑핑은 B조 4위로 8강에 간신히 턱걸이한 중국 팀을 금메달로 이끌며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중국인들은 끈기와 불굴의 의지로 요약되는 ‘뉘파이(女排·여자배구) 정신’을 외치며 그에게 랑즈다오(郞指導·랑지도자)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중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으로 그를 보내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1980년대 중국 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던 랑핑은 스파이크가 하도 강해서 ‘쇠망치’로 불렸다. 중국이 50여 년 만에 첫 출전한 1984년 LA 올림픽에서 그가 따낸 값진 금메달은 가난한 중국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뉘파이 정신을 심어줬다. 그리고 30여년 후, 침체에 빠진 중국 여자배구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지휘봉을 잡은 랑핑은 팀의 승리를 일궈낸 것이다. 인재를 보는 안목이 뛰어난 그는 '주위안장(朱袁張)'도 키워냈다. 명 태조인 주위안장(朱元璋)이 아니라 랑팡이 발굴한 선수 ‘3인방’인 주팅, 위안신웨, 장창닝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스포츠에만 리더십이 필요한 게 아니다. 갈 길을 몰라 방황하는 청년들, 뚜렷한 비전 없는 기업들, 무기력증과 분열에 빠진 정치권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엄마 리더십', '불굴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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