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최태원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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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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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73)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12년 11월 26일 서울의 한 호텔 연수원. SK그룹의 2013년 경영방침을 정하는 2차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과 20여 개 관계사 대표들 간에 격론이 오갔다.

“지주회사와 회장이 단독으로 그룹 경영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만들어가려면 그 분야에 가장 정통한 관계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그룹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경영방식이 필요하다.”

최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한 마디로 집단지성을 활용한 위원회 경영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표들의 의견은 갈렸다. 방향성은 맞지만, 그게 실제로 가능하겠냐는 것이다.오너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인 계열사 대표가 단독 의사결정을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최 회장은 “여러분들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대목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두렵다고 해서 올바른 방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문제점은 실행하면서 고쳐나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랜 격론 끝에 SK그룹은 2013년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시작했다. 이것은 최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내건 ‘SK 개혁’의 기치였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국가 경제가 곤두박질 치고, 대기업들이 연이어 무너지던 그때, 38세의 젊은 나이로 당시 국내 5대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최 회장은 첫 5년간 전문경영인인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과 호흡을 맞춰 그룹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각 계열사의 생존 조건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따로 또 같이 1.0’다. 덕분에 부실 회사의 사업조정을 빠르게 마친 각 계열사는 어떤 위기에도 그룹 도움 없이 홀로 경영이 가능한 흑자전환 구조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5년 뒤인 2007년에는 ‘따로 또 같이 2.0’ 체제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오랜 내수기업의 이미지를 털어내는 데 초점을 두었고, 국내 전체 수출의 10% 안팎을 책임지는 수출형 기업으로 거듭났다. 최 회장은 “국민들은 외환위기 이후 달러를 벌어오는 기업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SK그룹도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해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면 국민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이 기간 SK그룹은 수출 규모가 급증해 2007년 20조 원에서 2012년 말 64조 원으로 3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매출은 69조 원에서 158조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주회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사업을 추진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최 회장과 지주회사가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2013년부터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시작해 각 관계사에 자율경영과 의사결정 권한을 대폭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설득으로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로 전환을 맞은 SK는 각 계열사 CEO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부문별 6개 위원회와 특별위원회인 ICT 기술성장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지주회사인 SK(주)는 경영실적 평가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위원회에 이양했다.

SK는 현재 각 계열사가 개별 비즈니스의 이해관계에 맞춰 7개 위원회에 들어가 ‘따로따로’의 역량을 강화하고, 여러 계열사가 참여하거나 그룹 차원의 역량이 동원되는 경우 개별 위원회 또는 복수의 위원회가 나서서 ‘또 같이’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뚝심의 경영인’으로 불리는 최 회장은 “새로운 경영체제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시도여서 쉽지는 않겠지만, 더 큰 행복을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이다.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자”며 변화를 함께 이뤄나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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