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 김재철 “바다는 변명을 들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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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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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59)

동원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자[사진=동원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태풍이 칠 때, 선원들은 파도를 보지 않고 선장의 얼굴을 본다. 선원들은 파도를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를 느낀다. 선장의 표정에서 자신감과 당당함이 보이면 선장의 지시에 잘 따라 단결하여 폭풍권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선장의 얼굴에 당혹감과 불안함이 보이면 선원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 수습할 수 없는 경우에 빠지는 수가 많다. 리더란, 이처럼 자신의 부하직원 모두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태연할 수 있는 담력과 자신감을 지닌 리더만을 부하직원들은 믿고 따른다.”

동원(東遠)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자는 자신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바다에서의 경험과 비교해서 설명하곤 한다. 동원은 다른 기업인들 가운데에서 땅위의 제조업이 아닌 바다를 터전으로 꿈을 일구고 사업을 키웠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전남 강진 태생으로 부산수산대학교 어로학과를 졸업한 동원은 23세이던 1958년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의 실습 항해사로 참치잡이를 시작해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직접 선장과 선단장으로 활동하며 ‘캡틴 김(Captain Kim)’으로 이름을 날렸다. 일본의 여러 상사로부터 독자적으로 회사를 운영해보라는 권유를 받은 동원은 35세가 되던 1969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해 3년만인 1972년에는 11척의 선단을 보유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원양어선이 주력선단인 동원산업은 국내바다에서는 고기를 잡지 않았고, 창업 후 10년 이상 국내에 판매도 하지 않았다. 철저히 국제화를 지향하며 외국기업과 경쟁했다. 모든 기업들에게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자연을 제외하면 어떠한 제약조건이 없는 바다였기에,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있었고, 성공할 수 있었다. “바다라는 변명을 들어주지 않는다. 오로지 실력이다. 살려면 파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갖추어야지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동원은, 경영은 어떠한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회장실에 걸려있는 세계지도를 거꾸로 그려 바다에 초점을 맞춘 지도가 대표적인 상징이다. 2000년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를 발간할 정도로 해양개척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동원은 세계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한반도는 대륙 끝에 매달린 작은 반도가 아니라 태평양으로 향하는 천혜의 부두이자 동북아의 전략적 관문에 해당하는 요충지라고 강조했다. 바다에서 만큼은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다. 과거 역사 때처럼 문 닫고 있으면 안 된다.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도 위기를 겁내지 않고 과감한 투자를 통한 정면 돌파로 ‘위기를 기회’로 발전시킨 그는 국내 최초의 탑재 모선식 참치연승 어업개발, 대형공모선 동산호 도입과 북양진출, 국내 최초의 헬리콥터 탑재식 참치선망 어업개발, 해외 합작회사 설립, 국내 최초 참치캔 개발 등 남보다 앞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개척했다.

2008년 10월,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STARKIST) 인수는 동원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인수·합병(M&A) 사례로 기록된다. 당시 스타키스트는 미국 시장 점유율 40%였고, 동원은 델몬트로부터 4500억 원에 인수해 현재 동원그룹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간판기업으로 키워냈다. 2011년에는 아프리카 최대 수산캔 업체인 세네갈의 SNCDS도 인수하며 ‘글로벌 동원’의 위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동원은 “파도에 휩쓸리며 사람이 한 순간에 가 버릴 수도 있다는 한계 상황을 겪고 나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면서, 자신의 일생을 사로잡은 화두는 “‘바다는 평등하다’와 ‘사업은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의 두 가지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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