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손길승 “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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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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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54)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전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전문경영인으로서 국내 4대 그룹의 회장, 재계의 총리로 불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리까지 오른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셀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1959년 서울대 상대에 진학해 학생군사교육단(ROTC) 1기로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손 회장은 1965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직물에 입사해 최종현 회장을 도와 지금의 SK그룹을 만드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1980년대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와 1990년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1978년 6월에 선경그룹 경영기획실장을 맡은 그는 훗날 계열사 최고경영자까지 직급이 올라갔지만, ‘경영기획실장’이라는 직책은 1998년 9월 그룹 회장이 될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그룹 회장에 오른 손 회장은 (주)SK 회장을 역임한 최태원 회장과 함께 투톱 체제를 5년 동안 유지했다. 투톱 체제는 경영실적을 평가받는 전문경영인은 5~10년 정도의 중기정책밖에 세울 수 없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아 대부분의 기업들이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도 SK그룹은 오히려 절정을 구가했다. 당시 여론은 “전문경영인과 대주주의 파트너십 경영 체제의 성공”이라며 “한국형 기업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손 회장은 SK가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을 ‘히딩크식 축구경영’으로 설명했다. 그는 “히딩크식 경영은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면서 선수들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SK 문화의 장점도 인맥과 지연보다 실력을 중시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경영활동에 있다”고 강조했다.

SK 문화의 장점도 인맥과 지연보다 실력을 중시하고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경영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 회장은 투자와 인사를 비롯한 경영의 중요 사항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없고 토론을 즐겼던 선대 회장의 ‘합리적인 경영 원칙’을 고수했다. 그는 1인 지배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경영을 추구했다.

손 회장은 SK가 한창 해외진출에 힘을 쏟던 2000년대 초반, SK 임직원들에게 축구경영에 덧붙여 ‘광속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듯 전 임직원들은 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뛰어야 한다. 광속 경영을 실천하자. 지식산업 사회에서는 정보가 광속의 빠르기로 흐르고 있고 인간의 욕구도 이에 따라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이 무렵 손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을 거쳐 2003년 2월에 전경련 제28대 회장을 맡으면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평소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발휘하는 기업이 되자”고 당부해왔던 손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에도 기업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활로인 동북아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력을 중국과 일본에 대등한 수준으로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배 이상의 성장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와 재계와 국민의 단합 없이는 불가능 하다. 화합을 위해서는 재계와 전경련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발휘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손 회장은 ‘잘 사는 나라, 행복한 국민’이라는 구호로 1961년에 만들어진 전경련의 설립목적을 상기하며 재계와 정부, 국민을 잇는 징검다리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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