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적지근한,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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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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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쇼박스]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우울증을 앓고 있는 딸을 가진 남자, 기홍(공유)은 핀란드 국제학교 캠프에서 자폐증에 걸린 아들을 키우는 여자, 상민(전도연)을 만난다. 낯선 곳에서 마주친 닮은 존재에 '남과 여'는 동요한다. 동병상련쯤으로 여겼던 감정은 서울로 돌아온 후 진폭이 커져, 일상을 잠식시킬 만큼 요동친다.

배우 공유의 첫 멜로영화인 '남과 여'(25일 개봉)는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전통 멜로영화다. 공유는 착한 심성 탓에 쉽사리 행동하지 못하는 기홍을 맡았다. 상민에게 아주 자주 "애매한 사람이네요"라는 말을 듣는 인물이다. 공유는 그런 기홍이 아주 많이 공감됐다고 했다.

"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착하고 밝은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평범할 뿐이죠. 평범을 벗어난,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미적지근하죠. 따뜻한 것은 좋지만 뜨거운 건 싫어요. 뜨거운 사람 옆에 있으면 데일 것 같거든요. 너 참 애매하다, 뜨뜻미지근하다는 말, 저도 종종 듣는 말이에요. 나와 닮은 캐릭터를 만나 반가웠어요. 마치 기홍과 상민처럼요. 근데 이상해요. 사람들은 미지근하면 덜 사랑하는 줄 알아요. 온도로 사랑의 크기를 재단하죠. 꼭 뜨거워야만 사랑이 아닌데 말이에요."

미지근하다, 미적지근하다, 미온적이다 는 말이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단어였던가. 하지만 공유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유지하고 싶은 적정 온도가 있는" 그가 차가움과 뜨거운 감정을 수시로 오가야 하는 배우의 숙명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게 연기를 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카메라 안에서 실제의 나를 버리고 외면하는 희열이요. 전도연 선배는 저랑 반대로 뜨거운 사람이에요. 예전에 저였다면 불편해했겠지만, 작업을 하면서 기홍의 눈으로 상민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어요."

이야기는 자연스레 상대 배우 전도연으로 흘렀다. "첫 전통 멜로인 데다 청소년관람 불가영화 작업도 처음이라 확실히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상대역이 필요했다"는 그는 "선물 같은 파트너" 전도연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전도연 선배가 영화 '무뢰한'에서 보여준 강렬한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선배와 연기할 수만 있다면 장르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심지어 감정이 가장 깊게 얽힌 멜로잖아요! 눈빛을 공유하고 함께 호흡하면서, 사리사욕도 채우고 작업도 한 셈이죠. 동경의 대상이 현실이 되면 실망하기 마련인데, 전도연 선배는 오히려 정반대였어요. 스크린 속 선배를 볼 때는 동물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본 선배는 본능적으로 연기하면서도 이성적 섬세함을 잃지 않는 배우였습니다."

전도연은 공유가 첫 멜로 영화를 얼마나 잘 해냈는지와는 별개로, 그의 출연 결정이 의외였다고 말했다. 당연하다. 전도연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공유 하면 은찬(윤은혜)이 남자인 줄 알면서도 사랑을 고백한 한결(커피프린스1호점)과 선생님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던 고등학생 경준(빅)을 떠올리니까. 그는 퍽 긴 세월을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장애물도 가뿐히 넘어버리는, 밝고 건강한 남자로 소비됐다.

"어느새 연기한 지 15년이나 된" 공유는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자신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확실히 예전보다 유연해졌어요. 너무 상투적인가요? 하지만 그게 사실인걸요. 예전에는 직업상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하는 상황이, 그리고 그 안에서 기술적으로 연마되어지는 느낌이 싫었어요. 지금은 온전히 편하고 자유로워졌죠. 내가 하고 싶은 거 할래, 하는 마음도 변화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대중의 반응도 생각해야죠. 비중을 제 쪽으로 조금 더 끌어왔다는 거예요. '남과 여'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우려와 의아하다는 반응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예전보다 눈치를 덜 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법을 터득했어요.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죠. 긍정적인 변화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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