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 성공 스토리] ⑤ 손정의, 잉어잡이 공략법으로 '아이폰'을 품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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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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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아이폰3를 독점 판매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소프트뱅크의 도약은 아이폰 없이 설명할 수 없다. 이동통신 업계 후발주자였던 소프트뱅크는 2008년 7월 일본 국내에서 아이폰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업계 1위 NTT도코모와 KDDI 가입자를 대거 흡수해 시장점유율을 크게 끌어 올려 영향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는 애플이 출시한 첫 스마트폰 '아이폰'의 국내 판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언론은 일본 이동통신 업계 수장들이 애플 본사가 위치한 쿠퍼티노를 앞다투고 방문하는 사태를 '쿠퍼티노 참배'라 표현했다. 모두가 NTT도코모의 아이폰 독점계약을 점쳤지만, 결과는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압승이었다. 

손 사장은 협상의 달인이다. 그것은 그가 성사시켜 온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시장확장 전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를 설득해 MS의 파트너로 소프트뱅크를 키우고, 제리 양 야후 공동설립자와 만나 '야후 재팬'을 설립하는 등 소프트뱅크의 성장은 바로 손 사장의 협상력과 직결됐다.  

손 사장의 협상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는 자신의 협상력의 비결이 "잉어잡이 마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당시 비서실장에게 귀띔한 적이 있다.        

'잉어잡이 마상'은 그의 생가와 가까운 곳을 흐르는 치쿠고강(筑後川)의 어부 우에무라 마사오(上村政雄)를 가리킨다. 잉어를 맨손으로 잡는 독특한 수법이 일본 전국에 알려지면서 '명인'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잉어잡이 수법은 추운 겨울날 몸을 따듯하게 녹인 뒤 조용히 강물 속으로 들어간다. 강물 속은 겨울잠을 자는 잉어들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 잉어를 발견해 손을 내밀면 그 잉어는 인간의 체온을 느껴 조금이라도 따듯한 곳으로 이동하려는 본능에 따라 그의 손안으로 거짓말 처럼 빨려들어간다는 것이다.

손 사장의 협상법은 '잉어잡이 마상'처럼 상대방이 경계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 핵심으로, 애플 설립자 스티브 잡스에게도 이 공략법을 구사했다.

그는 2005년에 스티브 잡스와 처음 만났다. 아이폰 출시 2년전이다. 당시 일본 이동통신시장은 음악감상용 휴대전화 붐이 일고 있었다.  손 사장은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애플의 음악 재생기 아이팟(iPod)과 휴대전화를 조합시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잡스를 찾았다. 이때 잡스는 손 사장에게 '아이폰' 제조 계획을 처음으로 꺼내들었다. 

잡스의 설명을 듣고 대박을 직감한 손 사장의 협상은 이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2006년부터 소프트뱅크 판매점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한 고객 모두에게 '아이팟'을 증정하는 행사를 열었다. 일본 국내 아이팟의 매출을 소프트뱅크가 책임진 것이다.  또 같은 시기에 사명을 보다폰에서 소프트뱅크로 변경하면서 각 판매 점포를 기존의 빨간색에서 흰색으로 바꾸고 애플스토어와 비슷한 구조와 인테리어로 통일시켰다.

그는 애플과의 협업 체제가 준비됐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며 '잉어잡이'처럼 기다렸다. 결국 손 사장은 '잉어잡이 마상'처럼 아이폰을 품에 안았다. 아이폰의 일본 국내 독점판매권은 그의 손으로 들어갔다.
      

'잉어잡이 마상'이라 불린 우에무라 마사오씨. 그는 살아있는 갓파(물속에 사는 일본의 상상속 동물)라고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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