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소라넷 폐지와 메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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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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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소라넷' 폐지 추진에는 '메갈리아'의 역할이 컸다고들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는 지난달 9일 소라넷의 폐지 서명을 추진했으며 현재 8만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에 동참, 경찰청의 소라넷 수사 착수를 압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소라넷 폐지 서명이 수만명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메갈리아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으며 이른바 '미러링'을 통해 여성을 비하한 단어를 남성화한 커뮤니티다. 메갈리아에서는 '김치녀' '된장녀' 등 여성비하로 쓰였던 단어가 '김치남' '강된장남' 등으로 탈바꿈해 사용된다.

소라넷 폐지가 알려지자 많은 네티즌이 이를 옹호하고 있다. 소라넷은 불법 음란물 유통뿐 아니라 일반인 여성 몰카, 성매매 정보 등이 공유돼 논란이 됐으며 1999년께 오픈해 100만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라넷 폐지를 메갈리안(메갈리아를 이용하는 사용자를 일컫는 말)의 선동으로 여기고 이를 무조건적인 남성혐오로 왜곡해 폄훼하고 있다.

일부 메갈리안의 극단적인 남성비하가 이유다.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의 자세를 그대로 모방해 '혐오를 혐오로 값는다'는 방식으로 남성들의 반감을 사왔다. "한국 남성의 성기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너무 작다"고 희롱하는 행위는 오히려 여성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소라넷 폐지를 찬성하는 이들을 향해 '메갈리아'라고 조롱하는 행위는 어쩌면 메갈리아 스스로가 만든 게 아닐까.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영화 '폭력의 역사'는 복수로 인한 무차별적 범죄의 악순환을 통해 폭력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시사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톰 스톨은 자신의 과오로 결국 가장 지키고 싶었던 행복한 가정을 잃고 말았다. 

여성의 권리와 올바른 양성평등 문화를 지키고 싶은 메갈리아의 행동이 남성혐오에 대한 무차별적 복수로 낙인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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