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과학굴기'로 미래 성장동력 여는 중국...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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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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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과학명문대 등장...'인터넷+' '중국제조 2025'에서 '만인계획'까지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 제조업 대국, 메이드인 차이나로 대변됐던 중국이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기술강국,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한국이 지나온 길을 똑같이 밟아 우리와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던 업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예를 들어 결제시장을 보자. 우리는 직접 결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최근에 모바일 결제로 넘어갔지만 중국은 일반 결제에서 ‘껑충’ 모바일 결제로 뛰었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텐센트는 텐페이, 바이두는 바이두월렛을 내놓고 시장 파이 선점을 위해 경쟁한다. 

중국의 크고 과감한 발걸음을 견제하고 우리만의 기술력, 우리만의 강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찾고 각 분야에서 세계 최대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시장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기업을 견제할 실력을 기르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계, 과학계 앞에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 칭화대학교가 엔지니어링 분야 세계 최고대학에 랭킹됐다. [사진=바이두]


지난달 초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세계 명문대 순위를 발표하자 이례적인 결과로 전세계의 눈이 엔지니어링 분야에 쏠렸다. 세계 최고 공과대학으로 평가받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를 제치고 중국 칭화대가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저장대, 하얼빈 공대도 각각 4위, 7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과학기술대학 최고봉 카이스트는 41위, 한국 최고 대학인 서울대는 52위에 그쳤다.

 

중국 국적인 최초, 중국 여성 최초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투유유 교수. [사진=신화통신]


투유유(屠呦呦) 중국 중의과학원 교수가 중국 국적인 최초, 중국 여성 최초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전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투 교수는 흔한 약초인 개똥쑥에서 항말라리아제인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중국 과학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투 교수가 항말라리아제를 찾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과학, 의학’ 연구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중성미자를 연구하는 왕이팡 교수와 연구팀은 최근 중국 최초로 실리콘밸리의 노벨상, 브레이크스루 기초물리학상을 손에 넣었다. 왕이팡 교수의 모습. [사진=바이두]


중국의 물리학자가 실리콘밸리의 노벨상, '브레이크스루' 기초물리학 분야의 공동수상자로 선정되며 다시 한 번 중국 '과학굴기'의 위력을 과시했다. 8일(미국 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마운트뷰의 나사에임스 연구센터에서 공개된 '2016년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상' 수상자 명단에 다야만(大亚湾) 중성미자연구팀의 수장, 왕이팡(王貽芳) 중국과학원 고에너지물리연구소 소장이 포함됐다. 

최근 쏟아져 나온 이러한 소식에서 우리는 중국의 '과학굴기'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배경에는 당국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그리고 ‘인재’가 있다는 점도 간파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IT 산업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기존 산업의 동반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융합’을 강조하는 ‘인터넷+’ , 중국을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담은 ‘중국제조 2025’ 등을 내걸고 중국 산업 전반의 기술력, 경쟁력 제고에 나선 상태다.

이 모든 것을 실현할 동력이 ‘인재’라는 점도 확실히 인지, 국가적 차원에서 실력있는 인재양성을 지원하고 장려하고 있다. 특히 ‘대중창업, 만중혁신’을 내걸고 제2의 마윈, 레이쥔을 키워낼 수 있는 개방적이고 포용적 환경을 조성하는 분위기다. 이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중국 기업이 ‘리더’의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 와 ‘중국제조 2025’...무섭게 크고 있는 중국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싱글데이에 912억 위안의 매출기록을 세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베이징 수이리팡 행사장을 찾아 직접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 '인터넷+'

중국의 과학굴기는 '인터넷+'와 '중국제조 2025'의 산업 육성 전략과 맞물린다. 이 두 전략의 추진은 중국 과학기술력 확보가 전제되야 가능한 것으로 중국의 '지속가능한 질적성장'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이 전략을 파악하는 것은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 얼마나 공을 들일지, 어떤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지원할지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인터넷+’는 지난 3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쉽게 말해 클라우드 서비스, 빅데이터 등 IT 첨단 기술을 모든 산업과 융합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중국 대표 IT 기업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하나인 알리바바를 떠올리면 쉽다.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싱글데이에서 912억 위안이라는 엄청난 매출을 기록한 알리바바는 ‘인터넷+유통’과 ‘인터넷+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전자상거래는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업과 인터넷이 만나 이뤄진 새로운 산업군으로 최근 중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알리바바는 제3자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를 내놨다. 중국 소비자들은 모바일 앱으로 타오바오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알리페이로 결제한다. 알리바바는 이 외에 인터넷은행, P2P 대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인터넷+금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당국의 각종 규제완화, 시장 개방 등 정책적 환경 마련이 전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인터넷+'가 포괄할 수 있는 범위는 의료, 교육, 스마트 전력 등 넓다. 최근 샤오미, 메이쭈, 삼성, 애플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스마트 홈도 '인터넷+가전제품 제조'의 대표적인 사례다.

◇ '중국제조 2025'

'인터넷+제조업'과 연결되는 중국의 산업 육성 전략으로 ‘중국제조 2025’가 있다. 단순히 하청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세계의 공장이라는 꼬리표를 벗어던지고 첨단기술이 필요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강국,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국가제조강국건설전략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중국제조 2025, 핵심분야 기술 로드맵(2015년판)'을 공개하며 제조업 강국 도약을 위한 향후 10년간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이미 국가적 차원의 지원으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제조업의 향후 10년 발전에 예고한 것으로 주목된다.

로드맵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 최첨단 디지털제어 선반과 로봇, 우주항공과 해양공정설비, 최첨단 선박과 철도교통, 에너지절약 및 친환경에너지 자동차, 전력설비, 신소재, 바이오의약과 고성능 의료기기, 농업기계설비 등 향후 적극적으로 육성할 10대 신흥산업으로 제시했다.

중국의 제조업 강국으로 변신의 조짐은 벌써부터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화웨이의 영역확장과 샤오미의 급부상을 들 수 있다. 애플, 삼성 일색이었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제 우리는 샤오미 화웨이의 이름을 더 자주 듣는다. 화웨이는 세계 3위로 올해 중국 최초로 스마트폰 출하량 1억 대를 돌파했다. 

샤오미는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이제는 인도, 아프리카 등 해외시장 진출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급부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가격으로 인지도를 쌓은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은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일 중국 최초 자체제작 대형 여객기 C919가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신화사]


중국은 항공산업, 우주, 로봇 등 최첨단 제조업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중국의 국영 항공기 제작업체인 중국상용항공기(中國商用飛機·COMAC)는 상하이 푸둥(浦東)공장에서 C919 출고식을 가졌다. 중국 최초 자체개발 항공기의 탄생이다. 중국이 2008년부터 연구·개발해온 C919는 168석과 158석이 기본형이다. 항속거리는 4075㎞다. 중국은 C919의 시장입지를 굳혀 수 년내 보잉, 에어버스 등 미국, 유럽 항공기업체가 장악했던 대형여객기 시장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포부다.
 

지난 2013년 6월 중국의 다섯번째 유인우주선 선저우 10호를 타고 톈궁 1호와 도킹에 성공한 3명의 우주인이 우주 비행에 나서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그래픽=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우주항공 부문의 실력은 더욱 압도적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자체 발사대를 만들고 러시아 등의 도움을 받아 쏘아올리는 로켓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잊을 만하면 한 대씩 로켓이 하늘로 날아간다. 유인우주선 발사와 실험용 우주정거장의 도킹도 이미 성공했다. 중국은 우주시장 선점에 엄청난 야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두 번째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를 내년에 발사하고 우주인 3명이 탑승한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11호’를 쏘아올려 톈궁 2호와 도킹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단계를 걸쳐 2020년까지 독자 개발 유인 우주정거장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로봇 분야도 꿈틀대고 있다. 특히 BAT의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텐센트는 연구·개발 단계인 인공지능 기사작성 ‘드림라이터(Dreamwriter), 바이두는 인공지능 탑재 개인 비서, 즉 음성으로 식당예약, 영화티켓 예매 등을 알아서 해주는 가상로봇 ‘두미’를 공개했다.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 대만 팍스콘과 손을 잡고 '소프트뱅크 로보틱스홀딩스'를 설립했다.  

중국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회계법인 PWC(普華永道)가 지난 2일 발표한 ‘2015 1000대 혁신기업’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 R&D 투자국이다.

이 보고서는 세계 10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R&D 투자규모를 비교해 순위를 매겼다.  중국 기업의 1000대 상장사 전체 R&D 투자(6800억 달러)에서의 비중은 지난 2007년 7%에서 올해 11%로 껑충 뛰었다. 세계 혁신기업 1000대 상장사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 수도 2005년 8곳에서 2015년 123곳으로 늘었다.

▲ 인재가 힘이다, ‘백인계획’에서 ‘만인계획’까지
 

리커창 중국 총리.[사진 = 신화통신]


중국의 ‘과학굴기’가 빠르고 힘차게 추진될 수 있는 또 다른 배경에는 '인재' 확보가 있다. 중국의 제조업 강국, 기술 강국 도약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자원이 바로 인재라는 점을 중국 당국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실력을 떨치고 있는 중국 과학자, 유학파 과학인재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 시작된 ‘백인(百人)계획’은 2008년 ‘천인(千人)계획’에서 2012년 만인계획으로 확대됐다. 

2008년부터 5년간 실시한 천인계획의 성과는 컸다. 10차례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해 4180명의 고급 인력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1978년부터 2008년까지 30년 간 유치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2012년부터는 ‘만인계획’으로 이름을 바꿔 대대적인 인재유치 작업에 확보했다.

해외인재 확보와 최근 리 총리의 ‘대중창업, 만중혁신’이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도 창출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전략 추진으로 계속해서 10년, 20년, 30년 뒤의 중국의 화웨이, BAT를 만든다는 포부다. 

이처럼 중국 과학굴기의 위력은 거대한 시장, 기업과 인재,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맞물려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중국과의 차별화, 중국보다 나은 실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이 ‘황금알을 낳는 거대한 시장’이라는 데만 지나치게 몰입해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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