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2차 상봉 이틀째…개별상봉 등 3차례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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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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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상봉 공동 중식 북한이 대접…26일 오전 9시30분 금강산서 귀환

금강산 공동취재단·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100세를 바라보는 아버지는 65년 만에 두 딸과의 약속을 지켰다.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이틀째인 25일 구상연(98·충남 논산시 채운면) 할아버지는 외금강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에서 북측의 딸들에게 준비해온 꽃신을 전달했다.

구 할아버지와 동행한 둘째 아들 강서(40)씨는 "꽃신을 개별상봉 때 전달했다"면서 "그런데 두 분은 별다른 말이 없으시더라"고 전했다.

헤어질 때 각각 6살, 3살이던 북측의 딸 구송자·선옥 씨는 어느덧 71세와 68세의 할머니가 돼 있었다. 구 할아버지는 65년 전 헤어질 때 두 딸에게 "고추를 팔아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갑자기 북한군에 징용되는 바람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4일 강원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단체상봉행사에서 최고령 상봉자 구상연 할아버지가 65년만에 북한의 딸을 만나 절을 받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구 할아버지는 "1950년 9월 16일, 그때가 추석이었는데 갑자기 황해도 월장에 있는 광산에 간다고 오후 4시까지 월장항에 집결하라고 하더라. 사실 그게 인민군 모집이었던 건데, 당시 나는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른이 넘어 군대 갈 나이도 아니고…. 그렇게 월장에 있는 항으로 가면서 딸과 헤어졌다"고 덧붙였다. 이후 인천상륙작전 후 미군에게 포로로 잡혀 거제포로수용소로 보내졌다.

이번 남측 방문단 최고령자 중 한 명인 구 할아버지는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거동은 불편한 상태지만, 딸들에게 줄 꽃신만은 품에 꼭 품고 금강산을 찾았다.

두 딸은 전날 단체상봉 때 첫 만남에서 아버지에게 나란히 큰절을 올렸다. 북에 두고온 구 할아버지의 아내는 1959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남북 이산 가족들은 외금강호텔에서 오전 9시30분(북측시간 9시) 부터 2시간 동안 숙소에서 가족 단위로 비공개 개별상봉을 진행했다.
 

25일 강원 고성 금강산에서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개별상봉 행사를 앞두고 숙소인 외금감 호텔에서 구상연 할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북측 가족에게 줄 선물을 정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남쪽 가족들은 털코트와 방한복, 신발, 화장품, 시계, 목도리 등 정갈하게 포장한 선물을 품고 상봉시간을 기다렸다. 북측 가족들은 '대봉'이라고 적힌 쇼핑백을 챙겼다.

쇼핑백 안에는 백두산 들쭉술, 평양주 등 술이 들어 있었다. 개별적으로 준비한 선물을 들고 가는 가족은 눈에 띄지 않았다.

개별 상봉 후에는 60여년만에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이날 공동중식 행사는 낮 12시30분(북측시간 12시)부터 두시간 동안 금강산호텔에서 열렸다.

1차 상봉 당시 이튿날 공동중식은 남측이 대접했으나 이번에는 북측이 제공했다. 식탁에는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음식이 마련됐다.

팥소빵(단팥빵), 남새합성(채소모둠), 나박김치, 오리고기낙하생(땅콩)찜튀기, 과일마요네즈무침, 왕새우찜, 냉묵, 팥죽, 고기다진구이즙, 생선깨튀기, 버섯볶음, 완두콩밥, 두부완자맑은국, 사과 등이 나왔다.

대동강맥주와 인풍포도술, 인풍백로술, 냉천사이다, 금강산물 등 음료도 준비됐다.

1차 상봉 때부터 화제가 됐던 북측의 여성 접대원들이 음식을 나르며 가족들을 맞이했다. 북측의 한 여성 보장성원은 "(접대원들의 나이대는) 스물에서 스물하나"라며 "학생들은 아니고 이쪽 접대업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60여년만에 재회한 남측 방문단 90가족 254명과 북측 상봉단 188명은 이날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작별상봉 등 세차례 각 2시간씩 총 6시간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가족들은 셋째날인 26일 오전 9시30분(북측시간 9시) 금강산호텔에서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아쉬운 작별상봉을 가진 뒤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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