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사립외고 설립 위해 산단기업에 '준조세' 강요…기업들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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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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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아주경제DB]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경기도 어려운데 요즘 정말 죽을 맛이네요" 최근 전남 여수국가산단 대기업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여수시가 주철현 시장의 핵심 공약인 사립외국어고등학교 설립과 관련해 재원의 상당 부분을 민간부문 몫으로 정해놓고 입주기업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강제할당'을 제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산업단지 입주 기업에 반강제적으로 기부 금액을 정해놓고 요구하는 것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특히 유가하락과 경기불황으로 일부 업체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기업하기 좋은 분위기'는 못 만들망정 일종의 준조세까지 강요하는 꼴이어서 기업들의 불만은 이미 인내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다. 

13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여수사립외고설립추진위원회는 최근 여수국가산단 입주업체에 '여수사립외고 설립지원협조'를 요청하고 나섰다. 

입주기업 가운데 연매출 20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에 매년 40억원을 사립외고 운영비로 출연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여수산단 LG화학, GS칼텍스, 남해화학, 휴켐스, 호남화력 등 20여개 기업들은 직원 자녀 교육을 위해 여도학원이 운영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연간 37억원 상당을 지원해 오고 있다. 

추진위는 기존 이들 20여개 업체 외에 삼성SDI, 삼남석유화학, 한화케미컬, 바스프 등 4개 회사에 대해서도 출연금 지원 참여에 동참하라고 통보했다. 

시는 이들 기업에 분담금을 결정하는 '설립지원 협약'을 이달 안에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수시의 요구가 과도하다면서도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분위기다. 세금이 아닌 준조세는 법적 근거도, 강제성도 없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피하기 어려운 압력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단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산단 입주기업이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힘은 못될망정 되레 더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대놓고 반대할 수도 없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업체도 "기업들에게 차라리 50억원에서 100억원 등 일회성으로 큰 금액을 구체적으로 분담하라고 하면 받아들이겠지만 향후 학교 운영비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솔직히 큰 부담이다"고 말했다. 

과도한 지원 요청은 지역사회에 피해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업의 공익성을 생각하면 참여를 거절할 수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각종 후원금과 성금 등 사회공헌 예산은 한정됐는데, 결국은 지역에 실시하고 있는 각종 사회공헌사업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지역민에게 돌아가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반면 여수시는 기존 지원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약간 더 많은 금액이 지출되겠지만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만큼 일정 부분 기업들의 양보 내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사립외고는 여도초등학교를 공립으로 전환하고 여도중학교를 폐쇄한 뒤 그 부지에 오는 2017년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이 같은 방침에 이해 당사자인 여도초·중학교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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