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내가 전군 지휘했던 사람", 황병서 "남한도 잘못"…'전쟁' 발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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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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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측 "도발 용납 못해" vs 북한 "남측 주장일 뿐 모르는 일"

  • 유감표명 문제, 전반부 타결됐지만 재발방지 방안 기싸움

  • 박 대통령 원칙 견지…협상장서 철수 가능성 시사 북한 압박

  • 이번 접촉서 5·24 조치 해제, 북핵, 금강산 관광 관련 논의 없어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대화 초반 '전쟁' 발언까지 나오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남북이 이번 사태를 평화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양측의 강한 의지로 극적 합의가 가능했다.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22일 저녁 판문점에서 시작된 협상에서 남북 대표단은 25일 새벽까지 무박(無泊) 4일간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군 출신인 우리측 수석대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측 대표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협상장에서 강대강으로 맞받아치며 '전쟁' 경고 발언까지 나왔다.

◇ 南 "도발 용납 못해" vs 北 "남측 주장일 뿐 모르는 일"

남측 대표단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비롯해 북한이 자행한 역대 도발 사례를 언급하며 남측이 먼저 북한을 상대로 무력도발을 한 적이 있냐고 따져 물었다.
 

사진은 북한의 포격도발로 인한 대치상황과 관련해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8월 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북측 대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악수를 하는 모습.[사진=통일부]


특히 우리측은 이달 4일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서부전선 목함지뢰 폭발 사건은 주변 지형과 토질상 누군가 와서 지뢰를 묻었기에 발생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백히 설명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은 현장 사진까지 들이밀며 "피해자 수가 1명이든, 2명이든, 10명이든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측의 도발로 우리 젊은이 2명의 인생이 비틀린 것을 국민은 용납하지 못한다. 북한은 이에 상응한 조치를 분명히 취해야 한다"고 못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대표단은 "남측이 그렇게 주장할 뿐 우리는 잘 모르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과거 사례를 하나하나 들춰내 따지는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남북관계를 잘 풀어나갈 것인지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우리측은 "현 사태의 실질적 원인이 바로 얼마전 발생했는데 어떻게 그것이 과거일 수 있느냐"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우리측 철수 가능성 시사…북한 "굉장히 큰 결심 갖고 여기까지 왔다" 달래
 

사진은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8월 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측 대표인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가 악수를 나누며 웃는 모습.[사진=통일부]


박 대통령은 협상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일련의 과정을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대표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역시 김 제1위원장의 실시간 지시를 받았다.

다만 황 총정치국장 등은 도·감청 우려 때문인지 중요한 사안과 관련해선 북측 지역으로 이동해 김 제1위원장의 지침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24일 새벽 이와 관련해 우리 측에 차량 준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황 총정치국장이 180㎞ 떨어진 평양에 가서 김 제1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지침을 받았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북측은 인민군 서열 1위인 황 총정치국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 온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은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군사대치가 진행 중인 판문점의 남측 지역에 왔다는 것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남측이 잘 이해해야 하지 않느냐. 자신들은 굉장히 큰 결심을 갖고 문제를 풀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대표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사진=통일부 제공]


실제로 양측은 목함지뢰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 문제와 관련해선 비교적 초반에 타결점을 찾았지만, 재발방지 보장 방안과 관련한 이견 때문에 상당 시간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런 입장에 따라 우리 대표단은 북한이 도발했고 우리가 그에 대해 지적하는 것인데 이 부분이 수용되지 않으면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당당한 태도로 협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잘못했으니 사과하라는 건데 못한다고 하면 그냥 하지말자는 분위기를 보이며 철수 가능성까지 강하게 시사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압박한 것이다.

이처럼 워낙 피말리는 대치가 이어진 까닭에 대표단 관계자들은 간간이 의자에서 토막잠을 자는데 만족해야 했다.
 

"나는 전군 지휘관 출신"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북한 대표단과의 협상에서 '내가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다'라는 발언까지 수차례 하면서 우리측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청와대]


관행상 남북회담이 판문점 남측에서 열릴때는 한국이, 북측에서 열릴 때는 북한이 식사를 준비해 왔지만, 북측 대표단은 야식이나 간식 외에는 남측과 함께 하지 않고 판문점 북측으로 이동해 따로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 5·24 조치 해제나 북핵 문제는 언급 없어

김 안보실장은 지난 20일 발생한 북한군의 포격 도발과 관련해서도 아군탐지장비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설명하며 발뺌하려는 북측 대표단을 추궁했다고 한다.

대표단 관계자는 "북한군의 소행이 명확한 이유와, 우리측의 대응사격 취지, 또 도발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김 안보실장이 '내가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다'라는 발언까지 수차례 하면서 우리 입장을 강력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협상 과정에서 5·24 조치 해제나 북핵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5·24 조치 해제나 북핵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사진=SBS 화면 캡처]


북측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중단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진 않았지만 "남한도 확성기 방송 등 적대적 행위를 하는데 왜 자꾸 모든 잘못이 우리에게 있다고 하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북측 대표단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한두 차례 언급했으나, 이번 접촉에서는 남북 대화채널 복구 등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았다.

양측은 24일 오전 북한이 사실상 사과의 형태로 무력도발에 유감을 표하고 한국은 대북 심리전을 중단한다는 방식으로 절충점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최종 재가를 받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지체됐고, 막판 문안 조율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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