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CT 동향] (17) MS의 대규모 구조조정, 선택과 집중 가속화시키는 나델라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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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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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사진=MS제공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8일 발표한 스마트폰 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MS의 스마트폰 사업이 기로에 섰다. MS의 스마트폰 하드웨어 부문은 지난해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애플과 구글의 점유율 확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적자를 면치 못하던 스마트폰 부문을 대폭 축소시킴으로써 ‘하드웨어 제공’이 그 동안 MS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거인' 노키아의 몰락 
핀란드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유럽과 아시아 등 신흥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다. 특히 수십 달러라는 저렴한 피처폰은 전 세계를 석권하며 ‘휴대폰의 거인’으로 군림했다.

피처폰 이용자들이 서서히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기 시작했을 때도 노키아는 전 세계 압도적 점유율이라는 브랜드 파워만 믿고 피처폰 이용자들이 노키아 스마트폰을 계속 구입해줄 것으라 생각했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의 보급은 노키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특히 안드로이드폰은 100달러 이하에 출시되는 제품까지 나오면서 신흥국에서의 노키아의 아성을 하나씩 무너뜨렸다.

안드로이드는 기본운영체제(OS)를 무상으로 제공해 중국 업체들이 이를 활용, 값싼 스마트폰을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신흥국의 안드로이드폰 점유율을 급격히 끌어 올렸다. 안드로이드폰의 확산은 신흥국의 '스마트폰도 노키아'라는 선택지를 없애버렸다. 
 

[노키아가 제조한 피처폰 (사진=노키아 제공) ]


◆MS와 노키아의 스마트폰 공략 ‘시너지 없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사라져가던 노키아가 도움을 요청한 곳이 바로 MS다. 당시 MS도 스마트폰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가지 못해 허우적대고 있었기 때문에 노키아의 손을 덜컥 잡아 재기를 모색했다.

MS는 지난해 4월 실적이 악화된 노키아를 73억 달러(약 8조2500억원)로 인수했지만, 약자끼리의 동맹은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해 결국 이번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사실상 패배선언이다.

MS와 노키아가 시너지효과를 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기본운영체제(OS)를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업체 중 플랫폼으로 이용되는 OS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춘 기업은 애플, 구글, MS뿐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한해 iOS라는 자사 OS를 탑재하고 있으나,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OS를 수많은 제조업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구글도 '넥서스'를 통해 자사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라는 OS를 타 제조사들이 플랫폼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그러나 MS가 인수한 노키아는 1000달러가 넘는 고가폰 뿐 아니라 100~200달러의 저가폰까지 갖추고 있다. 하이앤드에서 로우앤드까지 모든 모델을 갖춘 노키아가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의 원도우 OS 이용을 오히려 방해해 온 것이다. 실제로 윈도우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자사 브랜드 '루미아'를 빼면 대만 HTC 뿐이다.  
 

노키아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어 온 스티븐 엘롭 부사장과 노키아 인수 사업을 추진했던 스티브 발머 전 CEO. 


◆나델라 CEO의 ‘선택과 집중’
MS가 이번에 발표한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약 7800명이 감축되고, 구조개혁 비용 약 8억 달러(약 9000억원)와 노키아 인수시 발생한 차액 약 76억 달러(약 8조6000억원)를 손실 처리한다.

앞서 MS는 지난달 17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노키아 출신 임원들을 대거 퇴출시켰다. 휴대폰 부문을 총괄해 온 노키아 출신 스티븐 엘롭 부사장, 조 할로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MS는 최근 디스플레이 광고사업을 인터넷 서비스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에 위탁하고, 온라인 지도 데이터 수집 사업도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 테크놀로지에 매각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가속화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나델라 CEO가 노키아 인수에도 평가 받지 못했던 스마트폰 부문을 큰 짐으로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노키아 인수를 추진한 스티브 발머 전 CEO의 유산을 청산하고 싶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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