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주목할 만한 신인]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 차엽 "조급함 대신 절실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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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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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열음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내 골수를 받고 싶으면 고척희부터 처리하고 와.” 남자의 매정한 한마디에 여자는 절규한다. “네 자식이잖아!” 남자는 눈도 꿈쩍 않고 한껏 여유롭게 서늘한 표정을 짓는다.

신예 차엽은 SBS 주말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에서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친자식에게 줄 골수로 아내를 협박하는, 한때 반짝 뜰 뻔 했다가 안타깝게 사그라든 비운의 모델을 연기했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열쇠를 내내 숨기고 있다가 말미에 존재감을 뽐낸 차엽을 22일 아주경제 편집국에서 만났다.

“연기 10년에 비중 있는 역이 처음인 데다 악역도 처음이어서 많이 공부했죠.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독립영화에서는 주로 우직하고 듬직한 캐릭터를 연기했거든요. 하지만 다음에 다른 역할로 보여드리면 되니까 크게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182cm에 82kg으로 모델을 연기하는 것이 어폐가 있어 보인다”고 했더니 “성공에 실패하고 도박과 술을 찌든 모델이니까 어찌 보면 현실성 있지 않나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문득 건장한 30세 남성의 얼굴에 해맑은 소년이 스쳤다.

“차엽은 가명이에요. 본명은 김종엽이고요. ‘차’는 어머니의 성을 딴 것이고요. 이름 석 자를 모두 버리면 아버지가 서운해하실까 봐 ‘엽’은 제 이름에서 가져왔어요.” 세심한 구석도 있다.

다부진 체격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까지 한 수영 덕이다. 어깨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춤과 랩을 배우러 갔다가 주변의 권유를 받고 연기를 시작했다. 고교 3학년 때 티티엘 팅 광고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영화 데뷔작은 2005년 ‘살결’. ‘의형제’ ‘소녀X소녀’ 등 독립영화를 꾸준히 했지만 고된 생활에 잠시 꿈을 접기도 했다.

“정말 안 해본 것 빼고 다 해봤죠. 여자만 다니는 필라테스 학원 경리부터 주식회사도 잠깐 다녔고, 스크린 골프장 아르바이트에 막노동 했죠. 중고차 파는 딜러 형 따라다니기도 했고요. 그러다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한윤선 감독님께 연락이 왔죠. 함께하지 않겠느냐고요.” 

“작은 역할이라길래 ‘그래, 진짜 이것까지만 하고 연기 생활 접자’는 생각으로 페이도 안 받고 한다고 했죠. 마지막으로 원 없이 연기해보자는 마음으로요. 그래서 애드리브도 많이 했고요. 근데 감독님이 마음에 드셨는지 분량을 확 늘려주셨어요. 짜릿했죠. 처음 시사 때도 짜릿함을 느꼈어요. 감독님이 제 애드리브 중 대부분을 채택하셨더라구요.”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는 차엽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영화는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고의 한국독립영화에 수여되는 ‘LG하이엔텍상’의 주인이 됐고 덕분에 차엽은 소속사(열음엔터테인먼트)도 갖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내면에서 일어났다.

“더욱 절실해졌어요. ‘나는 왜 안 되지’ ‘나는 언제 성공할까’ 하는 조급함도 없어졌고요. 기다리는 여유도 생겼어요. 급하게 생각하면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래도 너무 힘든 날에는 온종일 콜린 파렐의 영화를 봐요. 언젠가는 콜린 파렐 같은 배우가 될 겁니다.”

현재는 미약하지만, 어느새 성큼 그 존재감을 뽐낼지도 모르겠다.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에서 그랬듯이.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에서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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