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개발 ‘육상건조공법’, 진화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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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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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상남도 통영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육상에서 건조한 200번째 선박인 10만9000t급 정유운반선을 바다에 띄우기 위해 플로팅 도크로 옮기는 로드아웃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성동조선해양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선박은 원래 육상에서 만들었다. 해안이나 강가에서 사람들이 일일이 나무를 깎고 조립해 만들었다.

하지만 선박의 크기가 커지면서 더 이상 육상에서 배를 만들기는 불가능해졌다. 만든다고 해도 선박을 물가로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드라이 도크’ 개념이 만들어진 이유다. 땅을 깊게 파내고 갑문을 만들어 평상시에는 평지에서 선박을 조립한 뒤 완성 후에는 갑문을 연 뒤 물을 채워 띠우는 방식은 선박의 거대화 추시에 맞춰 전 세계 모든 조선업체가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조선·해운경기가 활황이던 2000년대 초반 이후 조선업체들이 보유한 생산능력으로는 쏟아지는 주문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아무리 도크 회전율(블럭은 육상 공장에서 만든 뒤 최종 조립만 도크 내에서 진행하는, 도크 내 건조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짧을수록 효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을 높여도 감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새 도크를 만들자니 부지 물색은 물론이거니와 공사기간도 오래 걸려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수 없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해상구조물(플로팅 도크)을 활용해 육상에서 제작한 메가 블록을 플로팅 도크에 실어 물 위에서 건조하는, ‘수상건조방식’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육상건조공법을 고안해 2004년 10월 세계 최초로 진수에 성공했다. 두 가지 공법 모두 조선·해운업계에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육상건조공법은 한국이 이뤄낸 고유의 기술 분야로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며 독보적인 영역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성동조선해양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도 처음부터 육상건조공법을 채택해 지난 22일 200번째 선박을 완성하는 등 최다 건조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다.
 

22일 경상남도 통영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육상에서 건조한 200번째 선박인 10만9000t급 정유운반선을 바다에 띄우기 위해 플로팅 도크로 옮기는 로드아웃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성동조선해양 제공]


◆단기간에 선박 건조 가능, 장비·인력 접근성 용이
육상건조방식의 최대 장점은 드라이 도크에서 제한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선박의 생산능력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장비 및 인력의 접근용이’, 즉 접근성을 들 수 있다. 기존 드라이 도크를 이용하게 되면 탑재라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탑재를 하기 위해서는 골리앗 크레인을 이용해야 하며 골리앗 크레인의 능력에 따라 블록의 숫자가 정해진다.

반면, 육상건조는 골리앗 크레인 이외에도 트랜스포터, 모듈러 등 새로운 운송 장비를 이용해 수백~수천t까지 블록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골리앗 크레인의 능력을 능가하는 대형 블록들을 만들 수 있다.

육상건조 과정을 살펴보면, 조선소 내 공장에서 만들어진 블록은 골리앗 크레인 등이 설치된 안벽으로 모아져 조립된다. 완성된 선박은 스키드 레일(Skid-Rail, 육상에서 해상으로 이동할 때 운송 수단이 움직이는 장치)을 이용해 플로팅 도크로 선박을 이동시킨다. 이러한 이동과정을 땅에서 바다로 돌아간다고 해서 ‘로드아웃’(Load-Out)이라 부른다.

플로팅 도크로 이동한 선박은 예인선으로 플로팅 도크를 해상으로 끌고 가며, 해상에서 플로팅 도크를 반잠수시킨다. 완성된 선박의 부력을 이용해 자연부양 시킨 후 선박을 이동시키고 반잠수된 플로팅 도크는 선박평형수 저장고(밸러스트 탱크)의 물을 빼내어 원상태로 부상시킨다. 이를 ‘진수’라고 부른다.

로드아웃은 선박의 중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육상과 연결돼 있는 해상의 플로팅 도크의 미세한 움직임 및 밸런스를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유지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며, 진수는 바다와 기상 상태에 따라 반잠수를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컨트롤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현대중공업은 횡방향 진수
육상건조를 위해서는 육상에서 건조된 선박을 해상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필요하다. 이동방식의 차이는 곧 각사가 보유한 고유의 기술로 대변된다.

1980~1990년대 TV뉴스 보도나 신문 사진에 많이 공개됐던 방법으로는 ‘슬라이딩 진수(Slip Way)’ 방법이 있다. 경사면을 통해 배가 종방향 혹은 횡방향으로 미끄러져 해수면으로 이동 후 바다에 뜨는 것이다. 짧은 이동거리와 단시간 내에 진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준비하는 시간은 여느 방법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초대형 선박은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다른 방법은 플로팅 도크를 이용하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안정적이고 작업공간의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안전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스키드 레일이 한쪽 방향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대에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다.

횡방향 진수방식의 대표적인 예로는 현대중공업의 진수 방식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을 육상건조 후 선박을 육상에서 들어 올려 반잠수식 바지에 횡방향으로 이동시킨 후, 바지선을 가라 앉혀 선박을 진수했다.

STX조선해양의 ‘스키드 런칭 시스템(SLS, Skid Launching System)’은 현대중공업과 같지만 육상에서 약 2개의 부분으로 나뉜 선박 블록을 유압으로 들어 올린 후 스키드 레일을 통해 종방향으로 플로팅 도크로 이동시키고 플로팅 도크 위에서 두 개의 블록을 조립해 진수시키는 방법이다. 통상적으로 4만~8만DWT(재화중량톤수)급 중소형 선박 건조 때 사용된다.

종방향 진수방식의 대표사례는 성동조선해양의 ‘GTS(Gripper-Jacks Translift System) 공법’을 들 수 있다.
 

22일 경상남도 통영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육상에서 건조한 200번째 선박인 10만9000t급 정유운반선을 바다에 띄우기 위해 플로팅 도크로 옮기는 로드아웃을 마무리하고 위치를 고정시키고 있다.[사진=성동조선해양 제공]


◆성동조선해양, 세계 최초 종방향 진수 성공
성동조선해양은 조선소 설립 당시부터 육상건조 공법을 주력 건조방법으로 채택한 세계 최초의 대형조선소로, 유일하게 육상건조 공법만으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GTS공법의 핵심은 길이 3m, 가로와 세로 각각 1m의 조그마한 ‘푸시풀 시스템’이란 장비다. 성동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한 푸시풀 시스템은 선미쪽을 붙잡아 끌어내는 방식으로, 세계 최초의 ‘종방향’ 로드아웃을 성공시켰다.

선박을 종방향으로 이동시킬 경우 선박 전체에 균듕하게 끌어가는 힘을 전달할 수 없어 선박이 깨어질 위험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푸시풀 시스템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선박을 1기당 500t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보기 트레인’(선박을 실어 플로팅 도크까지 끌고가는 이동수단)이라는 장비 70기에 얹어져 약 2m 높이로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만든 후 푸시풀 시스템이 보기 트레인을 밀고 가는 방식이다.

지난 2007년 당시 파일럿 선종이었던 9만2000DWT급 포스트파나막스급 벌커의 종진수를 성공했는데, 이는 육상건조 사상 처음으로 완성된 선박을 종진수한 첫 사례다. 지난 22일에는 단일업체로는 유일하게 육상건조 만으로 200호선 진수에 성공했다.

푸시풀 시스템은 그동안 세 번에 걸쳐 업그레이드 됐다. 첫 번째 버전은 선수쪽에 설치돼 좌우에 달린 4개의 다리를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레일을 붙잡아 당기며 배를 분당 1.5~2.0m 속도로 이동시킨다. 1호선때 사용된 기계가 양쪽 다리를 동시에 움직여 레일을 붙잡고 이동해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는데, 두 번째 버전에서는 이 단점을 해결함으로써 로드아웃은 8시간여에서 4시간, 소형 선박은 3시간까지 앞당겼다.

세 번째 버전은 푸시풀 시스템에 자체 동력을 달아 레일을 붙잡고 풀었다가 다시 붙잡느라 중간에 멈추는 과정 없이 동력의 힘으로 그대로 죽 밀고 간다. 따라서 이동 속도가 분당 최대 4.0m까지 빨라졌다. 63빌딩 만한 선박이 이 속도로 이동한다는 건 상당히 빠른 속도다. 덕분에 최근의 로드아웃 시간은 2시간 반, 소형 선박은 2시간까지 앞당겨졌다.

◆최대 22만DWT 선박까지? 더 큰 선박도 가능할 듯
육상건조공법은 통상적인 선박건조 전용 도크 또는 선대를 건설할 필요 없이 기존 의장안벽 시설을 이용해 건조할 수 있기 때문에 건조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다. 초기 시설 투자비가 적으며, 건조 효율은 전용 도크 시설과 큰 차이가 없으나 육상건조 공법을 통해 조선소 전체의 운용 효율을 높여 매출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으며, 선주가 요구하는 인도시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다만, 드라이 도크에 비해 생산과정에 지출되는 비용부담이 많아 현대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은 더 이상 육상건조를 하지 않고 있으며, 성동조선해양을 제외하면 현대삼호중공업이 육상건조와 드라이 도크 건조를 병행하고 있다.

한편,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시설로 22만DWT급의 선박까지 육상에서 건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선박의 무게가 수만t에 달하니 지반에서 이를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만 새로운 선적설비 및 선적공법의 개발, 선적공법의 단순화, 건조블록 대형화를 통한 탑재 최소화, 의장공정의 효율적 수행 등 생산기술 축적을 통해 생산 효율만 끌어 올릴 수 있다면 더욱 큰 선박도 땅 위에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여기에 지반공사를 더욱 탄탄히 하고 안벽의 넓이가 크고, 플로팅 도크의 크기를 키우면 그 이상 크기의 선박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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