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월호 참사 직후 목숨 끊은 단원고 전 교감 순직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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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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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법원이 세월호 참사 직후 구조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전 교감의 순직 신청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21일 강모(당시52세) 전 교감의 유적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단원고 수학여행 인솔책임자였던 강 전 교감은 세월호 참사 이틀 뒤인 지난해 4월 18일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 뒤편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학생들을 뒤로하고 홀로 살아남았다는 정신적인 괴로움 때문이었다.

지갑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 적혀 있었다.

강 전 교감은 참사 당시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기 전까지 20여명의 승객들을 구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교감은 이후 헬기로 구조됐으나 어부에게 부탁해 고깃배를 타고 다시 사고 해역으로 나가기도 했다.

강 전 교감은 경찰 조사를 거치고 단원고 학생들의 주검이 수습되는 장면을 보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교감의 아내인 이씨는 지난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강 교감의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순직유족급여 청구를 했다.

인사혁신처는 그러나 같은 해 7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강 전 교감이 입은 정신적·신체적 위해와 사망 사이에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강 전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점이 주요한 기각 이유였다.

강 전 교감의 아내 이씨는 인사혁신처 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8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고 직후 강 전 교감의 부인 이모씨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 내놓으면서까지 책임지고 가셨는데 법에서는 그걸 허락해주지 않는 것 같다. 안타깝다"며 오열했다.

유족 측은 항소를 검토 중이다.

1987년 교사로 임용돼 3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아 온 강 전 교감은 지난해 3월 단원고에 부임해 한 달 반가량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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