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국이 단행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전년대비 30% 증가한 4840억달러(약 526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신흥국 투자액의 90%는 아시아 국가가 견인한 것이다. 지난해 아시아의 FDI 규모는 4440억 달러로 북미와 유럽을 제치고 지역별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때 다국적 기업의 투자대상이었던 신흥국들은 급속한 경제 성장세 속에 미국과 유럽을 넘어서는 투자의 주체로 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해 중국과 홍콩의 FDI 총합은 2660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신흥국 전체 해외투자액의 3분의 1은 중국 기업들이 주도한 것으로, 매년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중국 민영기업의 투자 붐을 보여준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FDI 유입액은 유출액의 18배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FDI 유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유입액을 앞질렀다.
제임스 잔 UNCTAD 투자 부문 책임자는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중국의 해외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심화된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또한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늘리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같은 다른 신흥국에서도 중국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해외투자 규모는 총 560억 달러로 프랑스와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지난해 FDI 규모 3370억 달러를 기록해 1위를 지켰다. 이는 전년대비 2.6% 증가한 수치다. 일본의 경우 1140억 달러로 16%나 감소했다. 한국의 FDI 규모는 310억 달러로 아일랜드, 스페인에 이어 13위에 올랐다.
투자유형에 있어서도 선진국과 신흥국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다. 지난해 선진국 기업에 의해 이뤄진 해외투자의 80% 가량은 해외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과 현금에 재투자하는 목적이 주를 이뤘다. 반면 신흥국 기업들의 경우 투자액의 절반 이상이 주식매입, 신규 프로젝트, 인수합병(M&A) 등에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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