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중국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원희룡 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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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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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예고편이자 망루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청]


아주경제 박원식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시쳇말로 가장 핫(hot)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를 수식하는 여러 말 가운데 가장 어울리는 것이 차기 대권 주자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최근 실시된 여권의 차기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는 순위가 한 계단 떨어졌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진입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리 뿐 아니라 중앙 정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음을 이 여론조사가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정해진 인터뷰 시간에 맞춰 제주도특별자치도청이 있는 2층 집무실로 올라갔다. 지사실에 이르는 동안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 기자의 걸음은 막힘이 없었다. 지사실로 들어서자 이내 비서실 직원들이 상냥하게 인사를 건넨다. 직원들의 상냥한 인사는 도청을 찾은 사람이 대접받는다는 생각을 일게 하는 일종의 바이러스였다.

지사실 문을 열고 나오는 원 지사의 웃는 얼굴도 비서실 직원들의 상냥함과 닮았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집무 공간은 사무용 컴퓨터만이 좁은 테이블 위에 놓인 채 단순한 선으로 다가들었다. 관공서 특유의 큰 테이블과 그 흔한 소파도 놓여있지 않았다. 원 지사가 앉은 공간은 IT 기업의 사무공간을 연상하게 했다. 지사가 마주 앉아보니 서로의 얼굴이 거의 닿을 지경이었다. 단순하면서도 업무 처리에 꼭 필요한 것만 갖춘 도지사의 사무 공간에 앉아 그 속에 담긴 원 지사의 도정철학을 엿보기 시작했다.

인터뷰 일정을 잡으면서 제주도 도정과 중국 자본의 과잉, 중앙정치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한 사전 질문지를 보냈지만 실제 인터뷰는 사전에 약속된 각본을 무시한 채 진행됐다.

“오면서 지사의 이름으로 포털에서 검색해보니,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더라. 한마디로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인사를 건네자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라며 웃으면서 답했지만, 표정까지는 힘듦을 숨기지 못했다.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제주도가 달라져야 된다는 말이 많다. 많은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이익이 도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제주도를 다시 도민들에게 돌려줄 것인가?”
“우선 투자는 지역경제 공헌을 관철시키려고 한다. 예를 들면 중국 란딩(藍鼎)그룹이 투자해 건설하는 역사신화공원 프로젝트의 경우 지역주민의 고용율을 80% 이상 의무화하는 것을 비롯해 지역 농수축산물에 대한 장기 공급 계약, 건축에 있어서도 도급의 50%를 지역에 할당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즉 지역개발 투자에 대해 지역공헌도를 의무화를 하고 있다. 둘째는 제주도 도민들이 개발에 대한 수용태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참이다. 관광이나 개발 등을 제주도민들에게 돌려주려고 해도 주민들이 이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도민들이 소득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경영능력을 제고시킬 방침이다. 셋째는 삼다수나 에너지 개발 등 공공의 투자나 자원 활용의 경우 도민들의 토착 자본을 육성할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개발자와 제주도민에게) 상생적인 개발이익의 환원이 되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비로소 지속적인 개발이 가능해진다. 제주도민이 개발에서 소외되면 안된다.”

“오랫동안 중앙정치만 하다 지역에 와서 여러 가지 갈등을 겪고 있다. 과연 지금 겪고 있는 경험치가 훗날 중앙정치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나?”
“경험으로는 큰 도움이 된다. 지금 제주도가 겪고 있는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갈등,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따른 우리나라 경제나 사회 정책 방향 설정 등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겪어야 할 문제에 대한 예고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문제에 대한 전략과 고민이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거의 관행과 미래의 개혁이 부닥치는 갈등과 그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 생각이 든다. 어떤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밀도가 더 높고, 문제의 난이도는 더 높다. 그래도 주민들의 바탕은 순박하고 동질성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더 빠르게 변할 수 있다.”

최근 제주도에는 중국 자본의 본격적인 유입과 함께 정착민들도 증가 추세에 있다. 그래서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중국과의 관계를 더 발전시킬 방안은?”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과 제주도 발전연구원이 인문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했다. 실질적인 교류협력 체결은 중국 하이난과 했지만 하이난을 축으로 해서 중국 전역으로 넓혀 나갈 것이다. 제주도는 중국의 자본, 관광객과 유학생이 실재하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보다 대중국협력 사업을 더 활발하게 해야 한다. 중국을 하루도 고민하지 않는 날이 없다.”

“중국과의 교류 계획은?”
“류홍차이 북한주재 중국대사와는 이전부터 교류가 많이 있었다. 과거 한나라당 사무처와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교류 때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중국인사와의 교류협력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1월 초에 중국 사회과학원에 가서 특강을 하고 왔고 5월 평화포럼 때도 중국을 초청한다. 중국과의 교류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도청 내에 중국협력팀을 만들어 체계적인 교류와 협력을 기획하고 있다. 직접 뛰어야한다.“

“근본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참 어려운 문제다. 기본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이)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은 우리가 잘 활용해야 된다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힘이 있든지 상대가 우리를 필요로 해야 한다. 우리가 이에 대한 조절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선입관, 주관적인 희망사항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더라. 이 부분을 빨리 벗어나 중국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하고,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미래를 바라보고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철저하게 고민하고 읽은 뒤 우리의 생존과 번영 전략을 세워야한다. 이것은 우리의 숙명이다.”

“중국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이 너무 쉽게 중국을 생각하는 것 같다. 지식인들조차도 앞서 말한 일방적인 선입관이나 희망사항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중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표현을 잘 하지 않아, 우리가 자각증세를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접근이) 그냥 지나가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참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중국을 잘 아는 공무원들도 많이 키워야 하는데 정작 전문가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영입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망루와 비슷하다. (많은 문제들은)제주도에 먼저 상륙하고 몇 년 뒤에 육지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원 지사는 중국에 대한 답변에서는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에게 있어서도 중국은 아직은 힘든 상대임을 엿볼 수 있었다. 제주도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이어나갔다.

“다음 카카오의 본사가 제주도로 이전했다. 다음 카카오 본사 이전이 불러온 효과는?”
“(다음 카카오는)직원 600명이 상주하고 있다. 그런 기업이 제주도에는 흔치 않다. 앞으로 사물인터넷, 스마트 관광, 제주도에 있는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많은 트래픽, 중국과 가까운 제주도만의 입지조건, 그리고 스스로 완결된 섬이라는 공동체의 특정한 조건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즉 고급 두뇌들이 일과 휴양을 함께 할 수 있는 작업공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지역사회에 일방적으로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도 기업에게 생산성이나 혁신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고민하기 위해 제주도의 쓰임새를 잘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다음 카카오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며 특히 정부가 지역경제혁신센터로 다음 카카오를 지정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이어 “다음 카카오 본사가 있는 제주도 첨단산업과학단지를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사물인터넷, 관광을 통한 서비스 발전 등을 통해 몇 년 안에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하이난의 경우 전기 오토바이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제주도에도 이런 정책을 도입할 의향이 있나?”
“제주도는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으로 이미 선언하고 진행 중이다. 전기자동차 특구로도 지정해 현재 전기자동차 800대가 다니고 있는데, 올해까지 1500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대로)보조금만으로 전기자동차를 확대 보급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민간업체가 포함된 TF를 통해 전기자동차 보급의 확대 방안에 가속도를 붙일 예정이다.”

그가 하는 말의 결론은 언제나 제주도민의 정서에 닿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다. 습속이 되었을 법한 여의도 시절의 말투는 사라지고 어느덧 지방에 오래 근무한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마쳤다는 생각이 일었다. 어쩌면 제주도 지사로서 살아온 시간들이 그만큼 힘들었다는 이야기일까?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는 우회적인 질문에도 “제주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변화”라며 말을 아꼈다.

제주도 서울 사무실에 직원들이 많아졌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와 달리 중국을 비롯한 외신들에 대해 대응할 일이 많아지는 등 업무 환경이 변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중앙정치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중앙정치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지자체 단체장으로 일을 하다 보니 대통령에 대해 훨씬 이해를 많이 하게 된다”는 의외의 답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을 듣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향후 당청 관계 역시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조기 레임덕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임기 말 레임덕 현상과는 분명 다른 성격이지만, 최근에 일어난 일을 보면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일에 대해 공무원이나 이해집단들이 순응하기 보다는 그것을 흔들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확산될 것이 우려된다”는 조심스럽지만 뼈있는 답변을 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집권 초반에 추진해야 했던 여러 가지 구조개혁을 집권 3년차에 추진하는 것이었다. 극복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조율을 더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멈췄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국운이 상승하는 나라이고 국민들은 저력이 있다”는 것이 원 지사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의 말에서 여의도에서 정치를 할 때 들었던 것과는 다른 실존적인 무게감을 발견했다. 그가 겪고 있는 현재의 많은 어려움에 대해서는 힘들어하기 보다는 오히려 즐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터뷰를 하는 짧은 시간동안, 현안에 대해 조바심을 내며 말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앉은 자리를 굳게 지키며 더 큰 것을 생각하는 그의 여유를 발견했다.

[인터뷰 = 박원식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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