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쯔양 10주기, 중국은 침묵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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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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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9년 엄중한 잘못 저질러" 공산당 평가 변화없어

 

1989년 톈안먼사태 당시 학생들을 찾아가 직접 메가폰을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오쯔양. 자오쯔양 오른편 뒤로 굳은 표정의 원자바오 전 총리의 모습이 보인다.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 17일 자오쯔양(趙紫陽·1919∼2005)이 사망한 지 꼭 10년이 됐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여전히 침묵모드를 지키고 있으며, 베이징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근처에 있는 그의 자택 역시 적막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당국은 2005년 1월 신화통신을 통해 "당과 인민사업에 유익한 공헌을 했으나, 1989년 정치적 풍파 속에 엄중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평가한 이래 단 한 번도 자오쯔양을 공개 거론한 적이 없다. 인민일보 산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자오쯔양 관련 기사에서 "중국당국은 자오쯔양 10주기에 대해 그 어떤 평가도 내놓지 않았다"며 "침묵 역시 일종의 태도 표명"이라고 전했다. 10년 전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는 뜻이다.

1980년대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와 함께 개혁성향 지도자로 존경받던 그는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덩샤오핑(鄧小平)의 무력진압 지시에 정면으로 맞서다가 숙청됐다. 자오쯔양은 베이징 시내 자택에서 15년간 외부와 단절된 연금생활을 하다가 2005년 1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해는 혁명열사 묘지에 묻히는 것도 허락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10년째 그의 유골함을 베이징 자택에 보관해오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자오쯔양을 금기시하는 이유는 그가 덩샤오핑에 의해 쫓겨난 인물이고 그에 대한 재평가가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재평가와 관련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지도부는 '의회민주주의 도입' 등을 주장한 자오쯔양에 대한 재평가나 섣부른 언급이 공산당 지도체제의 근간과 관련된 논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자오쯔양의 육성 테이프를 토대로 2009년 출간된 그의 회고록 '국가의 죄수'에 따르면,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중국 지도부에 편지를 보내 당의 폐쇄성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촉구했다. 특히 "한 국가가 근대화를 이루고 현대적인 시장경제, 현대문명을 실현하려면 정치체제는 반드시 의회민주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치개혁 요구는 시진핑(習近平) 국정운영 노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취임 이래 일당지도체제를 계속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날 열린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도 "당의 영도는 중국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면서 '당중앙'(당중앙위원회)의 영도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자오쯔양을 실각하게 만든 톈안먼사태의 도화선이 됐었던 후야오방(胡耀邦·1915∼1989) 전 총서기는 2005년 복권됐다. 당시 후진타오 전 주석은 후야오방 탄생 90주년 기념식을 인민대회당에서 개최했고, 쩡칭훙 당시 국가부주석이 그를 기리는 글을 발표하면서 공식 복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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