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생의 절묘한 한 수 ‘일학습병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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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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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교 부산캠퍼스 심호석(사진) 교수. 


최근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전국적인 이슈를 낳고 있다. 만화로 처음 출간돼 크게 성공을 거둔 ‘미생’은 고졸 학력 밖에 없는 주인공이 대기업 인턴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내용이다. 이후 드라마로 제작돼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인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액션이나 러브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며 더욱이 주인공이 대기업에 정착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개가 어렴풋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 드라마가 이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까?

그것은 우선 무한 경쟁과 철저한 상하관계 등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우리나라 직장의 모습과 그 속에서 고졸의 학력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는 주인공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 인턴·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 나라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주인공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동일시하면서 드라마의 인기는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인공이 대기업에서 잘 안될 것이라는 결말이 예상되기 때문에 더더욱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미생이라는 드라마는 이 땅의 많은 현실속의 미생 주인공들로부터 소리 없는 응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 현실에서는 얼마나 많은 미생의 주인공들이 있을까?
최근 정부 공식 통계에서는 청년실업률은 약 8.0%이고, 또 취업자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약 32.5%(통계청 기준, 노동계의 추정은 약 55%)라고 나와 있어 적지 않은 청춘들이 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대다수가 업무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 가까운 인턴쉽 과정을 거쳐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인턴쉽을 포함한 비정규직 10명중 불과 1~2명만이 몇 년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 속에서 미생의 주인공들은 드라마속 주인공처럼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울 뿐이다.

그럼 이 미생을 해결할 한 수는 없는가?
그것은 바로 ‘일학습병행제’이다.
취업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겐 대학졸업장과 스펙을 대학이 아닌 기업에서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은 학습근로자를 조기 채용해 실무 능력 교육을 통해 우수한 장기근속근로자를 확보하는 신의 한 수인 제도이다.

즉 청년 구직자는 스펙을 쌓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필요 없이 노동시장에 바로 진입해 일과 학습을 병행함으로써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는 물론 학위까지 인정받을 수 있고, 기업은 교육기관과 함께 이들을 교육해 학위와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능력을 갖춘 숙련 근로자를 확보할 수 있다. 기업과 청년 구직자의 필요와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일학습병행제인 것이다. 더욱이 기업은 현장훈련과 이론교육을 위한 현장외 훈련에 들어가는 비용과 담당자 교육에 필요한 비용 및 수당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니 크게 도움이 되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중순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약 1천935개의 우수기업이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해 약 2천386명의 학습근로자를 채용했다. 2015년 상반기까지 1만명을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참여한 기업체는 일학습병행제에 3.7점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학습근로자 역시 3.98점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여 일학습병행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드라마 속 주인공도 이러한 일학습병행제의 적용을 받는다면 드라마의 결말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부는 2017년까지 일학습병행제 도입 기업을 1만개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니, 현실속의 미생 주인공들은 70%이상이 완생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결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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