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사진인듯 사진같은 그림' 정소연 "네버랜드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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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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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익갤러리에서 19일부터 두번째 회화전


[정소연 작가가 쑥쓰럽다면서도 요구한 포즈를 자연스럽게 연출하며 활짝 웃고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활짝 핀 꽃들과, 화려한 식물이 가득하다. 사진같아 다가서니 그림이다.

"식물도감에서 뽑아낸 식물들을 재구성해 유화로 그린거에요."

 절정의 색감을 자랑하는 '꽃 그림'앞에서 주홍빛 니트 원피스를 입은 작가 정소연(47)이 말했다. 

 3년만에 다시 회화를 들고온 작가는 19일부터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두번째 회화전 '네버랜드'를 펼친다.

  2011년 진짜같은 하늘풍경에 미키가 그려진 '홀마크 프로젝트'(The Hallmark Project)를 선보인바 있는 그는 이번에는 여러 도감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을 뒤엉켜놓았다.

 그림은 사진인지 아닌지 자꾸 헛갈린다. 마치 사진을 오려 콜라주한 것같은 화폭은 '도자기같은 윤광 피부' (미술평론가 유병학의 말)처럼 매끈하다.

 보기에는 쉬운 '꽃-식물 그림'이지만 내용은 단순하지가 않다. 작가는  "도감에서 차용한 이미지들로 이뤄진 이번 전시 '네버랜드'는 꿈과 현실이 해체된 또 다른 현실이자 그 사이에 존재하는 블랙홀"이라며  "'실현불가능한 숲'을 네버랜드라고 명명했다"고 말했다.

 복잡하게 들리지만 '실현불가능한 숲'은 같은 기후에 공존할수 없는 각종 식물들이 한 화면에 존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는 함께 할 수 없는 다양한 식물들이 한 화면 속에 엉켜 있고, 일부는 중력을 무시하고 거꾸로 자라기도 한다.
 

 식물 도감의 이미지를 그리게 된 것은 아들을 키우면서다. "오래전부터 식물도감, 동물도감등의 도감류 서적을들 보는 것으로 좋아했어요. 외국 여행을 할때마다 다양한 도감들을 구입했었죠."

  그렇게 다시 세밀화로 된 도감 이미지를 보며 그는 실재보다 그 이미지에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네버랜드'(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은 나라)시리즈가 시작된 계기다.

 대학시절 식물도감에 세밀화를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는 작가는 "우리가 진짜 식물을 보았을때 도감에서 보았던 식물보다 사실적이지 못하다고 느끼곤 한적이 있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신작 네버랜드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각종 도감에서 따온 이미지들로써 원본이 사진인 것도 있고 그림인 것도있고 흑백 이미지인 것들도 있어요. 각 이미지들은 최대한 원본 그대로 묘사했어요. 도감에 실린 식물들은 만개한 꽃들,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그린 그림이잖아요"

  자연의 식물보다 도감의 식물이 더 진짜같이 보이는 효과를 일명 '디즈니랜드 효과'라고 부른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르리야르가 '시물라시옹'에서 디즈니랜드를 '하이퍼-리얼리티'의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에서 시작됐다.

 이미지를 실재와 혼동하는 것, 그의 아들의 예를 더 들었다. "미키마우스 마니아였던 아들은 팬티에 미키가 없으면 안입을정도였고, 미키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어서 일본 디즈니랜드에 가서 미키와 악수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제 아들은 진짜 쥐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애거든요."

 작가도 그렇다. 실제로는 본 적이 없는 꽃들과 식물들을 진짜인양, 완벽하게 도감을 보고 그렸다. 모조가 실재를 대체한 것이다.

 "식물도감에서 사진과 그림을 실린 각종 식물들을  스캔받아 골라내요.  컴퓨터의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화면에 재구성한 디지털 이미지를 놓고 유화물감과 팬 브러시로 정교하게 그린겁니다. 사진처럼 매끈한 건 팬 브러시로 글로스 바니쉬를 5-6회 부드럽게 발랐기 때문이에요."
 
 '영상같은 화면'은 한동안 붓을 놓고 첨단작업을 한 탓도 있는 듯 하다.  뉴욕 공과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아트를 전공하고 중앙대 영상공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그는 1997년 설치작업 '인형의 집' 을 선보이며 2008년까지 오브제와 영상등 설치작업을 했다. 덕분에 현재까지 공공미술 미디어아트에서 러브콜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는 다시 붓을 잡았다. 20년만인 2010년 첫 회화전을 미국 뉴욕에서 홀마크 프로젝트를 연 이후 국내에서 다시 회화 작가로 돌아온 것. 원래 3살때 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미술신동'으로 불렸고, 이대 서양화과 재학중에는 '이대에서 가장 그림을 잘그리는 학생'으로 통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시대, 가장 첨단적인 작업을 하다 회화로 복귀한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기호를 보고 옛날 사실주의 회화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 이것이 21세기 새로운 회화"라고 설명했다. "미디어 작업을 오래 하다 일반적인 회화와는 다른 새로운 회화를 고민했어요. 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회화는 뭘까. 그러다 그냥 단순히 잘 그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호를 보고 그리는 지금의 작업이 가장 현대적인 회화라고 판단했죠."

그렇다면 '네버랜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정소연의 이번 전시에 장황하게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류병학씨의 말을 빌린다. "보았듯이 그녀는 서로 다른 지역의 식물들이 마치 순간 이동을 통해 한 화폭안에서 서로 만날수 있도록 그려놓는다. 그녀의 그림에는 열대기후와 온대기후 그리고 고산기루 또한 냉대기후의 식물들이 동거한다. 정소연은 초능력자다.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던 초능력을 화폭을 통해 펼쳐놓는다. 그녀는 관객들에게 그녀의 '화화나라'로 뛰어들어 놀랍고 마법같은 모험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02-730-7817∼8.
 

[이화익갤러리 2층에는 꽃그림과 함께 2011년 선보인 미키가 그려진 홀 마크프로젝트도 전시했다. 사진=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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