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1400조 중국의료시장, 기회인가 함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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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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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한국으로 몰려드는 중국인 여행객들 중 상당수는 한국의 위생적이고 뛰어난 의료시설과 의료인력에 매력을 느낀다. 성형관광은 이미 우리나라의 인기 여행상품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큰 수술을 앞둔 중국인 부유층들이 자국의 의료기관을 못미더워한 나머지 한국의 대형병원을 찾아 수술을 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병원에서 바다건너 신체검사를 받으러 온 중국인들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말이면 중국으로 건너가 이틀간 진료를 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식의 아르바이트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도 많다.

우리나라 병원과 의료진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더해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문화적으로도 동질감이 큰 만큼 중국인들의 한국의료에 대한 신뢰도와 선호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병원들이 중국에 진출하기만 하면 '대박'이 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구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은 중국에 진출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진출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큰 재미를 보지 못한채 난관에 봉착하기 일쑤다.

◆중국, 100% 외자병원 허용

이 같은 상황에 상당히 획기적인 소식이 전해져 왔다. 중국이 100% 외자병원의 설립을 허용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27일 베이징(北京)·톈진(天津)·상하이(上海)·장쑤(江蘇)성·푸젠(福建)성·광둥(廣東)성·하이난(海南)성 등에서 외국 자본이 지분 100%를 보유한 단독 병원 설립에 관한 시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현재 상하이 자유무역구(FTZ)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을 보다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이들 7개 지역에서는 외국인이 병원 지분을 100% 보유하는 방식으로 병원을 신설하거나, 기존 병원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병원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다만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 투자자들은 중의학(한의학) 계통의 병원은 설립하지 못한다. 현재 외국인은 중국에서 병원을 설립할 때 병원 지분의 최대 7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나머지 30%는 반드시 중국 현지인이 보유해야 했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7개 주요 도시에서 외국인 단독 병원 설립을 허용키로 한 것은 대외 개방을 통해 중국 의료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차원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병원들은 합자방식이 아닌 독자방식으로 중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중국 파트너사들에게 휘둘리다 결국 기술과 장비, 인원을 모두 빼앗기는 병원이 많았지만 이제 이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합작, 기회 혹은 함정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 병원은 총 38개다. 작년 5개 병원이 중국에서 문을 열었으며 재작년에는 7개 병원이 개설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상당부분을 성형외과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현지 파트너사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진출해왔다. 파트너는 보통 인허가, 마케팅, 인력관리 등을 담당한다.  하지만 현지상황에 정통하고 현지 공무원사회와 '꽌시(關係)'가 좋은 파트너사들은 30%만의 지분으로도 합작병원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 쉽상이었고, 이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나라 병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2004년 SK그룹이 중국에 합작형태로 진출했지만 현지화실패와 수익악화로 인해 2009년 병원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철수한 바 있다. SK아이캉병원을 헐값에 인수한 중국업체는 현재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병원으로 손쉽게 탈바꿈시켰다. 이 밖에도 많은 우리나라 중대형 병원들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고 한국으로 철수했다. 
 

중국 병원의 입원실 모습. 좋은 장비가 갖춰져 있지만 운영능력은 아직 궤도에 오르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다.[사진=신화사]



◆머뭇거리는 우리나라 병원

이같은 제도개선안이 통과되자 물밑에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 빅5 대형병원과 중대형 성형외과, 피부과 등이 중국 진출을 계획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BK성형외과의 경우 광둥성, 베이징, 상하이에 단독출자병원을 건립하기 위한 세부 계획서를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중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제약기업들이 우리나라의 성형외과, 피부과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국에 진출할 구상을 하고 있다. 한국본사가 선발대 형식으로 중국 내에 병원을 설립한 후 중국지사를 통해 추가적인 병원을 설립한다는 로드맵이 도출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하지만 시장조사에 나서는 병원들은 많지만 실제 중국진출에는 머뭇거리는 업체가 대부분이라는 게 베이징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지수 주중 한국대사관 건강산업관은 "법적으로 100% 외자병원 설립이 가능해 졌지만, 중국에서의 병원설립에는 이 밖에도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며 "많은 병원들이 관심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는 의료법인 허가에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되고 설립절차가 매우 복잡하다는 점이 꼽힌다. 그동안 우리나라 병원들은 중국파트너와 합작계약을 체결한 후, 중국파트너사를 통해 인허가를 받아왔다.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위생국, 공상국, 외환관리국, 환경국, 소방국, 상무국 등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짧게는 3년반에서 길게는 5년까지 소요돼 왔다.

중국내 파트너사가 나서서 인허가를 진행하는데도 이정도의 장시간이 소요된다. 한국병원이 독자적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인허가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반대로 인허가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곤혹스러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더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병원을 M&A하기도 쉽지 않다. 병원허가를 받은 업체가 병원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극히 드물며, 시장에 나오자마자 홍콩이나 싱가포르 업체들이 곧바로 낚아채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기관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서 투자액 회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외자의료기관의 경영기한은 법적으로 20년에 불과하다. 20년후에는 다시 인허가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2000만위안(한화 약 34억원)의 최소 투자자본금 기준 역시 중소형 외국계 의료기관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다.

이 밖에도 병원운영에는 고용의 문제, 운영의 문제와 함께 잦은 의료소송으로 인한 법률적인 리스크도 존재한다. 이를 문제없이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양질의 파트너사와 제휴를 맺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지난 7월 상하이의 한 소아과 병원에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몰린 환자들 모습. [사진=신화사]



◆놓칠수 없는 2020년 1400조시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의료시장은 우리나라로서는 놓칠수 없는 기회라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중국의 의료기술 제고, 의과대학 설립과 운영, 의료서비스 시스템 구축, 건강검진시스템 구축, 임상진료 및 치료, 병원관리시스템 현대화 등에 우리나라의 기술과 경험은 바로 접목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각지에서 현대식 병원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과 장비는 훌륭하지만 운용경험이 부족해 장비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우수한 의료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먹고 사는데 여유가 생긴 중국인들은 고급의료 수요자 층을 형성하고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의료시장은 매년 평균 18%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2010년 약 1조1800억 위안(약 198조85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15년에는 약 2조6800억 위안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당국의 의료산업 육성책과 신도시화정책, 보험혜택확대 등의 조치를 타고 의료시장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의료시장을 8조 위안(한화 약 1400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약 1400조원의 의료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결코 놓칠수 없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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