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반가워요, 담백해진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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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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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사진 제공=SBS]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때때로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정도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일테면 가수에게 “당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소리를 내보세요”하는 것보다 “높은 도 소리를 정확히 내보세요”라는 요청이 더 어려운 것처럼. 후자는 절대음감이 요구되니 말이다. 그간 최선을 다했던 배우 조인성이 연기의 절대음감을 찾는데 성공했다.

“연기가 다소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온 조인성은 11일 종영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에서 군더더기를 쏙 뺀 담백한 연기를 보여줬다. 한 장면 한 장면 딱 필요한 만큼씩 감정을 풀고 조였다.

조인성은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실력과 매력을 겸비한 추리소설 작가 장재열을 연기했다. 자신을 바람둥이라고 칭하며 여기저기 매력을 발산하다가도 “내 바람은 너를 향해서만 분다”며 지해수(공효진)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고, 완벽의 아이콘 같다가도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로 정신분열을 겪으며 “병원에 있는 나 자신이 초라하다”고 울부짖는,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다.

조인성은 멋진 외면과 피폐한 내면의 장재열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과 정도의 연기력을 증명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가 정신과 병동에 누워 퀭한 눈과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정신병을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을 현실감 있게 보여줬다.

약을 삼킨 것을 검사받기 위해 간호사 앞에서 입을 애처럼 입을 벌리고 오랜만에 만난 애인에게 “너를 웃게 만들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나 안 섹시하지”라며 공허한 듯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강우 보는 게 병이면 내가 강우 안 볼게. 여기 나가게 해줘. 여기 있는 내가 너무 초라해”라고 애처럼 조르다가도 “이런 말 하면 또 주사를 주겠지”라며 절망한다.

병을 치유하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장재열이 “그동안 남에게는 괜찮으냐는 안부도 묻고, 잘 자라는 인사를 수도 없이 해왔지만 정작 내게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오늘은 내게 굿나잇 인사를 해보려 한다. 굿나잇, 장재열”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라디오 부스 유리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덤덤히 되뇔 뿐이었지만 타인 때문에 자신에게 소홀히 했던 현대인의 눈시울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괜찮아, 사랑이야’ 방영 초반 시청자는 “조인성의 잘생김을 알리기 위한 거대한 CF가 아니냐”며 그의 외모를 칭송하기 바빴다. ‘대부분의 배우가 그렇듯 멋지기만 한 남자 주인공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했던 조인성은 병약한 현대인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가감 없이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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