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굴원(屈原)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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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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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규 동아시아센터 회장

예부터 선비가 시세에 응하여 벼슬에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탁영(濯纓)이란 말이 있다. 이는 진퇴의 신중함을 일깨워 주는 경구로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나온다.

중국문학사상 최초의 대시인 초(楚)나라의 굴원(屈原)은 후세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부터 그의 글은 널리 읽혀져 왔다.

굴원의 작품이 수록된 <문선>은 신라시대 여러 학자들이 읽었고 통일신라 때는 고시과목의 하나였다.

고려시대에는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등 당시 최고의 지성들이 무너져 가는 나라를 걱정하며 굴원의 작품에 심취했다고 한다.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주 강했던 굴원의 작품 '이소·離騷'에는 애국심과 충성심, 간신들로부터 이간질 당해 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자신의 억울한 심정이 구구절절 담겨져 있다.

"나라에 사람 없어 날 알아주는 이 없는데, 어이 고향을 그리워하랴, 가슴에 맺힌 애끊는 심정을 호소하기 위해 상상속에서 성군(聖君)인 순(舜)임금을 만나고 신(神)을 찾아 헤맨다. 이왕 함께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없을 바에야 나는 장차 팽함(죽음을 상징) 있는 곳으로 따라 가리라."

모든 버림받은 사람들의 울분을 대신해준 중국 시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굴원은 군주에게 충언을 했지만 끝내 듣지 않고 미워하자 멱라강에 몸을 던지면서, 세상이 다 미쳤는데 나만 미치지 않았으니 내가 미친것이 아니냐고 탄식 했다.

굴원은 어부의 목소리를 통해 이상적 사대부의 모습이란 대의(大義)에 입각해 홀로 깨끗한 명분의 수호자가 아니라 백성의 삶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고 설파했다.

중국에서 전체 항일기간 동안 문예계의 가장 큰 사건은, 곽말약(郭沫若 1892-1978)의 역사극 <굴원>을 꼽아야 할 것이다.

굴원의 애국정신을 가지고 전국민의 항일투쟁을 북돋우 웠고, 국민당 반동파의 가짜 항일 행동을 통열하게 비난했다. 굴원은 성벽과 포탄보다 못지않은 작용을 했다.

나라를 위해 몸을 희생한 대시인 굴원은 다시한번 국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무대에서 부활 하였던 것이다. 비록 항일전쟁 중이라도 굴원은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엄청난 전공을 세운 것이다.

역사는 굴원과 같은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힘이 있다. 그럼으로 해서 현실의 간난과 고초을 버텨 낼 수 있는 것이다 .

중국에서 위기가 닥쳐 내우외환에 허덕일 때면 많은 이들은 굴원을 깊이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칭송 제창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최소한의 삶의 바탕은 물질이지만 우리에게 보다 소중하고 귀한 것은 정신과 마음이란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개개인의 정신이 깨끗하고 청정 할 때 올바른 정의의 사회가 도래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며 무엇을 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참다운 삶을 사는 것인지 아는 것이야 말로 소중한 물음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속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세계평화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인류의 영원한 번영과 새로운 인류문명의 창조에 노력하고 있다. 허나 개개인의 정신이 부패된 이상 더 이상의 이상국가나 선진국의 미래는 없다.

언제 부터인가 우리에게 팽배된 집단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못된 습성은 앞으로 다가올 통일의 시대를 맞이하는 자세가 아니다.

마침 갑오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모 일간지의 통일논의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한 마디의 압축된 표현은 이 땅에 태어난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삶의 중심에서 무엇을 지향하여야 하는 가에 대한 명쾌한 이정표를 제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분단의 현실을 극복하고 팔천만 겨레의 하나 됨을 위하여 우리는 마음과 뜻을 모아 정직하고 신뢰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로 매진 하여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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