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캡쳐도 돈내라?" 연예인 ‘갑’질에 우는 중견패션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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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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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최근 중견 패션업체 마케팅 팀 A씨는 고민에 빠졌다. 모 드라마에 출연중인 톱스타에게 의상 협찬을 약속하고 1000만원을 들여 제작했는데 촬영 전날 해당 스타가 "다른 업체 옷을 입기로 했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A씨는 "친분관계를 앞세워 무상지원을 요청하더니 타업체 웃돈 몇 푼에 안면몰수 했다"며 "1000만원만 날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 또 다른 패션업체 홍보담당자 B씨도 연예인 협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패셔니스타 C씨가 예능에 출연할 때 신는 신발을 협찬하는 조건으로 800만원을 지급하고, 관련 홍보자료를 배포했는데 느닷없이 초상권 침해라는 기획사 측의 통보가 날라왔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의 갑을관계로 '톱스타'와 '중소패션업체'가 지목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 패션 업체에게 절대적 우위에 있는 일부 톱스타들이 이름을 앞세워 한정판 의상 제작을 요구하거나 해당 업체 제품을 입는 조건으로 수백에서 수천만원대의 협찬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스타일리스트나 매니저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던 협찬이 최근 연예인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00 구두' '000 원피스' '00 재킷' 등 스타를 앞세운 제품의 완판효과가 커지면서 기업형으로 이뤄지는 협찬 탓에 중소ㆍ중견패션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패션업체에서 무상으로 연예인들에게 제품을 제공해주는 이유는 그만큼 입소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많은 의상을 필요로 하는 연예인들과 제품의 홍보가 필요한 업체의 요구가 맞아 그간 무료협찬은 패션업계 관행이었다.

문제는 중소업체의 경우 매시즌마다 협찬되는 수백가지의 제품을 홍보비로 책정해왔는데, 최근 기획사ㆍ연예인 등에 제공해야하는 수십가지 협찬비까지 추가되면서 이들이 부담해야하는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등 친분관계를 이용해 이뤄지던 협찬이 최근 '완판상품'으로 돈이 되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연예인, 기획사 측에서 협찬을 빌미로 대가를 요구하고, 최근에는 협찬비를 지불하고도 사후 홍보자료에는 저작권료 명목으로 건당 수십만원씩 추가 금액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사 대표가 노출횟수, 홍보자료 여부 등 수많은 항목을 만들어 직접 협찬비를 관리한다"며 "'돈없는' 중소패션업체는 이제 협찬도 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 모 연예인이 옷 000 만원, 가방 000 만원 신발 000 만원 등 자신의 몸값을 책정한 협찬 공문을 보내와 황당했다"며 "제품 무상지원은 물론, 협찬비, 협찬 후 사용하는 방송 화면 이미지까지 돈을 3중으로 지급해야하는 지금의 구조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업계에서는 방송사ㆍ패션업계ㆍ기획사 등 각 업계 대표가 모여 협찬비용에 대한 투명한 룰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패션계 정통한 한 관계자는 "3자간 논의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몇년째 지지부진하다"며 "이권이 개입되어 있다보니 서로 양보할 생각들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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