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실명제 ‘퇴출위기’..SNS가 규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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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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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게임 및 포털사들이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인증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실명인증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내 실명인증제는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가 SNS를 활용한 소셜댓글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이미 사문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에는 국내업체가 서비스 중인 페이스북 소셜게임에 현실적으로 셧다운제(심야시간 청소년 이용금지제도)를 적용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셧다운제의 근간인 실명인증제는 또 한차례 존폐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여기에 더해 일부 포털사이트들은 글로벌 서비스를 겨냥해 SNS 계정으로 포털 로그인이 가능한 개방형 소셜인증제를 도입하고 있어 실명인증제는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퇴출당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 게임 실명인증 ‘불가’=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 소셜게임 ‘트레인시티(Train City)’는 국내 부가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네트워크 게임에 해당하지만 셧다운제 적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연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트레인시티’에서 셧다운제를 위한 개인인증이 쉽지 않은 까닭은 다른 페이스북 소셜게임과 마찬가지로 ‘트레인시티’ 역시 페이스북이 무료로 공개한 응용프로그램환경(API)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API를 플랫폼으로 활용한 소셜게임은 페이스북의 로그인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회원가입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없다. ‘트레인시티’를 서비스 중인 게임빌 역시 페이스북 API 외에 별도의 인증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셧다운제 시행을 위해 국내 사업자가 서비스하는 페이스북 게임에 별도의 개인 실명인증체계를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페이스북 API와 별도로 실명인증시스템을 얹을 경우 국외 서비스와의 형평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페이스북 플랫폼을 활용한 의미 자체가 무색해지고 만다.

페이스북에 실명제 도입을 요구할 수도 없다. 페이스북은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한 부가통신사업자가 아니므로 국내법을 따를 의무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국내업체가 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페이스북 소셜게임은 셧다운제 대상”이라며 “다만 인증 책임이 페이스북에 있는지, 아니면 국내 사업자에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의 페이스북 소셜게임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인기도 높아지면서 이 같은 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레인시티’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출시된 뒤 반년 만에 회원 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지난 4월에는 페이스북 소셜게임 주간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도 현재 소셜기능을 강화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를 연내 선보이고 페이스북 게임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소셜인증 등장…실명제가 걸림돌=최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인증 플랫폼으로 활용한 포털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KTH는 지난 24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계정으로 포털서비스 파란을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인증체계를 도입했다.

이로써 사용자들은 메일, 게시판 작성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한 위치기반 SNS 아임인(IN), 푸딩카메라 등 KTH의 인기 서비스를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KTH 관계자는 “푸딩과 아임인의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API를 활용하기로 했다”면서 “회원 가입에 대한 장벽이 해소됐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야후는 페이스북과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오픈아이디(OpenID) 서비스를 시작했다. 별도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페이스북이나 구글 ID만 있으면 뉴스에 댓글을 남기고 게임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포털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고 6억이 넘는 페이스북 회원을 잠재적 사용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용자 역시 복잡한 개인 인증절차 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 편리하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아직 국내에선 걸음마 단계인 소셜인증 서비스가 머지않아 대세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제한적본인확인제로 인해 이중의 인증체계를 병행해야 하는 현실은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는 온라인 업계로서는 큰 아쉬움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활용해 과감하게 글로벌 기준을 수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제한적본인확인제 등의 규제가 사라진다면 개방 인증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변화는 ‘불가능’?=SNS를 활용한 인증의 원조는 IT전문 온라인매체 블로터닷넷이 도입한 소셜댓글이다.

블로터닷넷은 방통위에 의해 제한적본인확인제 대상으로 지정되자 지난해 7월 SNS를 활용한 소셜댓글 서비스를 선보이며 실명제에 맞불을 놓았다.

게시판과 SNS를 연동해 양쪽 모두 댓글이 남겨지는 방식을 채택한 소셜댓글은 실명인증 없이 익명성의 폐해를 최소화함으로써 제한적본인확인제를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방통위가 제한적본인확인제 대상에서 소셜댓글 서비스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온라인 실명인증제의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는 듯했지만 자발적 논의는 더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연내 시행될 셧다운제가 개인 인증의 실효성 문제와 함께 이와 맞물려 있는 국내·해외 온라인게임의 형평성 문제 등을 명쾌하게 해결해내지 못할 경우 인터넷 실명제는 시대의 구습으로서 또다시 비판의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아이폰의 도입으로 국내 폐쇄적인 통신시장 구조가 단번에 업그레이드됐듯이 글로벌 SNS의 입지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내의 폐쇄적인 온라인 문화도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외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글로벌 기준을 떠안는 일이 반복될 경우 국외 경쟁업체들과의 수준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9년 실명제를 거부한 유튜브코리아는 한국 국적의 사용자에게만 게시판 업로드를 차단했다. 애플과 구글은 게임 사전심의를 거부하며 국내의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에만 게임 카테고리를 폐쇄하기도 했다.

최근에서야 오픈마켓 사전심의를 자율로 하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지난 2년 사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국내 모바일게임사는 해외 시장에만 의존하며 국내 시장 포기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SNS의 원조는 싸이월드, 아이러브스쿨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서비스일 정도로 온라인 게임의 기술력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개방과 표준의 글로벌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폐쇄만을 고집한다면 IT강국의 위상은 점점 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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