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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하트 오마르 벵다라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 |
파르하트 오마르 벵다라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리비아 사태가 불거진 뒤 상당 기간을 외국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까지 구체적인 행방이 묘연했다.
리비아 관료와 외교관, 은행권 관계자들이 지난 2주간 그의 발자취를 추적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랬던 그가 마침내 행적을 드러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벵다라 총재가 이메일을 통해 자신은 터키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으며, 중앙은행 총재직은 재무장관이 임시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여전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일을 하기엔 트리폴리(리비아 수도)보다는 외국이 편안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가 카다피 정권과 관련한 거취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FT에 보낸 이메일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뒤 사임할 예정이었다면서도, 지난 2주 동안 국제사회의 리비아 자산동결 움직임과 관련해 중앙은행의 입장을 밝히고 자산동결에 따른 역풍을 가늠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산동결이 리비아 금융시스템 붕괴와 같은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벵다라를 두고 애가 타는 건 은행권 관계자와 반정부 인사들이다. 그는 리비아 관료들 가운데 카다피 일가의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몇 안 되는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 반정부 인사들은 벵다라가 카다피 정권과 맞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가 카다피 정권에 워낙 깊숙히 관여해온 데다 젊은 시절 반정부 행위를 일소하기 위해 조직된 혁명위원회에 소속돼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벵다라의 '변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가 2006년 중앙은행 총재에 오른 뒤 외국 자본을 수용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개혁 성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유럽의 한 외교관도 벵다라의 거취와 관련, 그가 스위스에 머물고 있으며 카다피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벵다라가 보여준 개혁 행보가 카다피의 아들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는 사이프 알 이슬람의 영향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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