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혈투' 인터뷰-③> 박훈정 감독 "'혈투' 초안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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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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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혈투' 인터뷰-③> 박훈정 감독 "'혈투' 초안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 무엇보다 이번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세 명의 캐릭터보다는 황량한 벌판을 지키고 서 있는 객잔에 더 쏠린다. 그 인상이 너무 강해 지금도 여운이 남을 정도다

 

“초기 영화 제작 당시 미술팀과의 미팅에서 객잔 콘셉트를 ‘실제 하지만 실제 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이라 설명했다. 내가 생각한 콘셉트와 일치하게 나왔다. 극중 세 사람은 만주 벌판 한 가운데서 죽음에 직면했을 때 객잔을 발견한 뒤 삶에 대한 희망을 다시 잡는다. 삶에 대한 희망을 선물한 객잔이 실제는 죽음의 혈투장이 됐다. 그런 의미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면 좋을 것 같다.”

 

- 사실 영화를 보면서 객잔이 일으킨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 세 인물의 환상이 영화의 숨은 내용이자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알았나(웃음). 2006년 완성된 혈투의 시나리오 초고 내용이 그랬다. 당시 초안 내용은 세 사람이 만주 벌판 눈밭에서 대결을 벌이다 죽었고, 청나라 군사들이 눈밭 한가운데 뒤엉킨 세 사람의 시체를 끌어내는 것으로 끝을 맺는 스토리였다. 약간은 판타지적인 내용이 강했다. 하지만 너무 오버하는 느낌이 강해서 수정 작업을 거쳤고, 지금의 스토리가 완성됐다.”

 

- 개인적으로 결말이 상당히 의외였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기사에서 공개할 수 없기에 독자분들께 미안하다. (웃음) 세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영화로 확인해 달라.”

 

- 배우 고창석의 가족이 모두 출연하던데 꽤 흥미롭게 봤다

 

“아이가 필요했는데 어느 날 고창석씨가 사진을 보여주며 ‘어떠세요’라고 묻더라.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랐다. 그 자리에서 바로 캐스팅을 결정했다. 원래 극중 고창석이 맡은 두수의 가족은 시나리오에선 아들만 셋이었다. 그런데 딸이 캐스팅 되면서 조금 수정됐다(웃음). 고창석씨 딸이 너무 연기를 잘해줬다. 부인도 극중 아내 역할로 잠깐 출연했다. 원래 연극배우 출신이라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자마자 역시 바로 캐스팅했다. 다들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었다.”

 

사진 = 홍정수 기자
- ‘부당거래’와 ‘악마를 보았다’ 때문에 ‘혈투’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세 작품 다 분명히 다른 영화다. 세 작품 가운데 ‘혈투’가 가장 먼저 쓴 시나리오다. 나머지는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나왔다. 어떻게 보면 혈투로 인해 부당거래가 나왔다. 혈투는 스토리와 영화적 구조상 배경을 현재로 옮겨 제작해도 괜찮을 영화다. 혈투와 부당거래를 쓰면서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단 생각을 해봤다.”

 

- ‘혈투’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잘게 쪼개거나 호흡을 좀더 짧게 갔다면 어땠을까

 

“상업적으론 약간의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그렇게 갔다면 내가 생각한 ‘혈투’는 절대 아니다. 나는 다시 찍는다고 해도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찍을 것이다. 상황극이라면 잘게 쪼갤 수 있지만, 심리극은 절대 그런 방식으로 만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 저예산이라고 하던데 얼마나 들어갔나

 

“이번 영화의 전체 제작비로 19억 9000만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주변에선 당초 40억 정도 규모로 논의가 됐었다. 물론 내 생각은 달랐다. 그 정도 돈이면 혈투를 찍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목표한 바는 100% 이뤘다고 생각한다.”

 

- 혈투를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 보다 생각해줬으면 한 부분이 있다. 정치권력의 속성이나 계급적인 문제, 또는 사람의 관계에 대한 것을 읽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언론 시사회에서 차기작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어떤 내용인가

 

“현재 캐스팅 중이다. 지금까지 내가 관여한 세 작품보다는 내용상으론 아주 많이 가벼워졌다. 그래도 장르는 범죄물이다. 그렇지만 피 한 방울 안 나오며, 보는데 괴롭지 않고 유쾌한 영화가 될 것이다.”

 

- 마지막 질문인데 영화 속 ‘눈’이 정말 아쉬웠다

 

“제작비가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웃음). 원래 강원도의 한 스키장을 빌려 찍어 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솔직히 그림도 안 나오더라. 또 눈을 만들려니 제설기가 필요한데, 그 제설기 돌리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 비싼 돈 들여 눈밭을 만들어 놔도 다음날이면 다 녹아 없어진다. 눈이란게 그렇지 않은가. 결국 눈에 대한 디테일을 살리자니 제작비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나더라. 영화 속 중요한 소품 중 하나인 눈에 대한 디테일이 조금은 아쉽게 나왔지만, 영화적 완성도나 하고픈 얘기는 전부했기 때문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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