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카드, 신한카드, 우리V카드 등 총 5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직장인 김씨(31)는 최근 KB카드 콜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씨의 신용도와 거래실적이 높아 KB카드 이지론 서비스에 등록할 경우 여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목돈이 필요없던 그는 통화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렸지만 이튿날 같은 내용의 전화를 다시 받아야 했다. 김씨는 최근 KB카드 뿐만 아니라 신한카드 등 다른 카드사로부터도 이 같은 전화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카드사용 감소 및 소액결제 확산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카드대출과 같은 고수익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카드는 지난달부터 이지론 서비스에 등록하는 고객에게 현금서비스 수수료 면제, 카드대출 수수료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신한카드도 4월말부터 텔레마케팅(TM)을 통해 수수료 면제와 이자 할인 혜택을 미끼로 고객들에게 카드대출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카드론에 열을 올리는 것은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신용결제 규모가 줄어 이익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소액결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07년 10월 이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던 전년 동월대비 신용카드 사용실적은 지난해 11월부터 한 자릿수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과 2월, 4월 국내 신용판매 승인실적이 각각 2조5130억원, 1조2860억원, 9950억원 감소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여신협회는 실물경기 회복이 불투명해 가계 소비도 위축될 전망이라 카드사용액이 큰 폭으로 증가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하루 평균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1조239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2.5% 감소했다.
현금서비스를 제외한 신용카드 1건 당 사용한 금액도 올해 1분기에는 4만9000원으로 2007년 4분기(6만7000원) 이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해외여행도 크게 감소하며 신용카드 해외사용금액은 1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인 40.0%(전년동기대비)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카드사들이 이익이 크게 감소했어도 수익성이 높은 카드대출이나 현금 서비스 등에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중은행 카드사업본부 관계자는 "카드대출 등 현금성 서비스는 고객들이 감내해야 할 금리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향후 회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익이 감소했다고 고수익, 고위험 상품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카드론의 금리 수준은 연 최저 7.2%에서 법정 최고금리에 다소 못 미치는 48%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대출이 없는 직장인이라고 해도 14~20% 수준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또 카드대출이 있을 경우 제1금융권 대출시 대출한도나 금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지어 대출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카드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김유경 이미호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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