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가 6일부터 이틀간 삼척해변 일원에서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신리 너와집의 특성을 행사 공간에 입힌 체류형 야간관광콘텐츠 '너와포차거리'를 운영했다. 산간 마을의 전통 가옥을 바닷가 야시장으로 불러낸 이번 시도는 먹거리와 공연, 체험을 한자리에 엮어 관광객이 낮에 다녀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밤까지 머물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너와포차거리는 삼척이 보유한 문화유산 자원을 관광 상품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신리 너와집은 소나무를 쪼갠 너와로 지붕을 얹고 나무를 엮어 벽을 세운 강원 산간의 전통 가옥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삶을 일궈 온 선조들의 생활 방식과 지혜가 배어 있는 문화유산이다. 삼척시는 이 가옥이 지닌 소박하고 정감 어린 분위기를 행사장 구성에 녹여, 방문객이 포차의 활기 속에서도 삼척만의 정체성을 느끼도록 공간을 꾸몄다.
행사 장소로 삼척해변을 택한 것도 의미가 있다. 삼척해변은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이름이 높지만, 가을이 깊어지면 방문객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대표적인 계절 편중 관광지다. 비수기에 해변을 무대로 한 행사를 마련한 것은 성수기에 집중된 수요를 다른 계절로 분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바다를 곁에 두고 즐기는 포차 문화는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관광객 모두에게 친숙한 방식이어서, 접근성과 대중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프로그램은 먹거리와 공연, 체험으로 짜였다. 포차거리에서는 지역의 먹거리를 맛볼 수 있도록 했고, 무대에서는 공연이 이어져 해변의 밤 분위기를 한층 달궜다. 체험 프로그램은 관광객이 구경에 머물지 않고 직접 참여하도록 해 행사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 먹고 보고 즐기는 요소를 하나의 동선 안에 배치한 구성은 행사의 성패를 가르는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장치다. 관광 업계에서는 숙박과 소비로 이어지는 체류형 콘텐츠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당일 관광보다 훨씬 크다고 본다.
특히 이번 행사는 '야간'과 '체류'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방점을 찍었다. 낮 동안 해안을 둘러본 관광객이 저녁 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으면 숙소를 다른 지역에 잡거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기 마련이다. 해가 진 뒤에도 즐길 거리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녁 식사와 술자리, 공연 관람이 이어지면 인근 숙박시설과 음식점, 상점의 매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너와포차거리가 지역 상권에 얼마나 활력을 불어넣었는지는 행사 이후 방문객 수와 소비 규모를 면밀히 분석해야 가늠할 수 있겠지만, 야간 관광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했다는 점만으로도 시도의 가치는 작지 않다.
문화유산을 관광에 접목하는 일에는 신중함도 따른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먹거리와 유흥 중심의 행사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너와집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이야기를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설과 전시, 체험을 더 촘촘히 배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포차라는 대중적 틀 안에 삼척의 정체성을 얼마나 깊이 담아내느냐가 일회성 이벤트와 지속 가능한 관광 브랜드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향후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연례화나 정례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방문객 반응과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미흡한 점을 꼼꼼히 점검해 다음 행사에 반영해야 한다. 둘째, 지역 상인과 주민이 행사의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외부 업체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수익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 지역 음식점과 특산물 생산자가 포차거리의 중심에 서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야간 방문객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 해변의 밤 시간대 인파 관리와 쓰레기 처리, 소음 관리, 귀가 교통편 확보가 뒷받침돼야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하는 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삼척은 바다와 산, 동굴과 문화유산을 두루 갖춘 관광 자원의 보고다. 그러나 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 머무는 관광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리 너와집이라는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을 바닷가 야간 콘텐츠와 결합한 이번 실험은 삼척이 지닌 이야기를 어떻게 관광객의 밤으로 연결할지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이틀의 불빛이 일회성 소동으로 사라질지, 사계절 찾아오는 삼척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자라날지는 이제 행사 이후의 평가와 보완에 달려 있다.
한편, 삼척시는 이번 너와포차거리 운영 결과를 토대로 방문객 반응과 보완점을 살펴 앞으로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체류형 관광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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