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 출범 초 경찰에 접수된 보완수사 요구의 원칙적 이행기한이 돌아오고 있다. 경찰은 늘어난 요구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보완수사를 한 달 안에 마친 비율은 31%에 그쳤다. 제도 개편 이후 요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추가 조사와 기관 간 협의를 얼마나 신속하게 마무리하는지가 사건 처리의 관건이 됐다.
4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고,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한다. 검사는 사건의 긴급성 등을 고려해 기간을 따로 정할 수 있고,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경찰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1개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지난달 2일 공소청 출범 직후 요구받은 사건부터 이행 여부를 살펴볼 시점에 들어선 것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업무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10월 2~26일 접수한 보완수사 요구가 1572건으로 전년 비교 수치인 1057건보다 약 49% 늘었다고 밝혔다. 진행 중인 사건이 약 6만5000건에 달하지만, 보완수사와 이관 사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역시 같은 날 간담회에서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늘었지만, 부담스러운 양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요구 대부분이 어려운 법리 문제보다는 사실관계나 절차를 보완하는 내용이며, 일선에서도 특별한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접수량을 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와 기한 안에 보완수사를 마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단순 자료 보충과 추가 대면조사·분석이 필요한 사건은 같은 한 건이라도 투입 인력과 시간이 다르다. 경찰이 결과를 회신한 뒤에도 요구 사항이 충분히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남는다.
과거 처리 실적은 한 달 내 이행이 가벼운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법무부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검찰청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11만14건 가운데 1개월 이내 이행이 완료된 사건은 3만4101건으로 31%였다. 처리에 3개월 넘게 걸렸거나 요구가 이행되지 않은 사건은 2만6354건으로 24%였다.
이는 법 개정 전 실적으로 현재 경찰의 기한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수치는 아니다. 다만 과거보다 늘어난 요구를 새 기한에 맞춰 처리하려면 업무 배분과 이행 관리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출범 후 접수된 사건 중 기한이 도래한 사건을 따로 추려 완료율과 연장 현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완수사는 서류 보충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방공소청은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연쇄 방화 사건으로 구속 송치된 70대 이모씨에 대해 추가 심리분석 관련 협조를 경찰에 요구했다. 경찰은 송치 전에도 프로파일러를 투입했지만, 송치 후 추가 분석을 위한 절차를 밟게 됐다. 이는 보완수사에 별도의 조사·분석 일정이 필요한 사례다.
구속 피의자를 조사할 교정시설의 공간 확보도 처리 여건 중 하나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현재 300실인 접견 공간을 연말까지 310~315실로 늘리고, 내년에는 최대 400실을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 79실 증설 계획을 반영한 예산안은 국회 심의 중이다. 교정본부는 접견실 부족으로 조사가 차질을 빚은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조사 뒤 기관 간 확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현행법상 경찰은 보완수사 결과를 통보하기 전에 종합수사 결과와 사건 기록을 검사에게 미리 보내야 한다. 검사는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의견을 제시하거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 이유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한 규정도 있다. 요구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고, 이행 결과를 신속히 확인하는 양 기관의 협력이 필요한 구조다.
따라서 처리 실적은 완료 건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기한 안에 회신했더라도 필요한 조사가 빠져 추가 요구로 이어졌는지, 기간을 연장했다면 감정·분석 등 불가피한 사유 때문인지 함께 살펴야 한다. 연장 자체를 부실 처리로 볼 수는 없지만, 연장과 추가 요구가 반복되면 사건 당사자가 처분을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경찰의 "감당 가능"이라는 초기 평가가 실제 처리 역량으로 이어지는지는 이행률과 소요 기간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공소청 역시 요구 건수뿐 아니라 이행 여부를 관리할 법적 의무를 진다. 초기 요구 사건의 처리 결과가 쌓이는 지금부터는 두 기관이 사건을 얼마나 주고받았는지를 넘어 필요한 보완을 거쳐 기소 여부 판단까지 얼마나 걸렸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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